대중은 왜 메시의 눈물에 감동하는가[투데이 窓/손관승]

이집트전서 1골 1도움 막판 대역전 영웅

한계 뛰어넘은 투지에 팀원들 무한신뢰

노장들의 활약 보고 중년들 용기 얻기를

영웅이 사라진 시대, 누가 영웅인가? 현대인들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에서 영웅을 찾는다. 모두가 간절히 원할 때 한방 터뜨려주는 사람, 축구에서는 그가 영웅이다. 월드컵 축구 아르헨티나와 이집트의 16강전에서 영웅 리오넬 메시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정말 미친 경기였다.

후반 막판까지 이집트에 2대 0으로 끌려가는 상황을 보고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탈락과 메시의 마지막 경기가 될 거라 믿었다. 바로 그때부터 메시는 신들린 무당처럼 마법을 발휘하였다. 1골 1어시스트, 3대2 믿기 어려운 대역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경기가 끝나자 메시는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조기 탈락한 영원한 라이벌 호날두의 눈물과 대비되었다. 사실 메시는 전반전에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프리킥마저 골대를 때려 패배의 원흉이 될 뻔하였다. 그런데 경기 막판 괴력을 발휘하면서 승부를 뒤집은 것.

축구가 단체 스포츠라고 하지만 결국 스타가 승부를 좌우한다. 스타의 활용법이 곧 감독의 능력이다. 아르헨티나의 메시, 노르웨이의 홀란, 잉글랜드의 케인 활용이 좋은 예다. 경기 막판에 몰려서도 한방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주축 선수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한국팀의 전술은 두고두고 아쉽다. 메시는 이번 대회 8골로 득점 선두, 본선에서 6경기 연속 득점한 최초의 선수. 월드컵 통산 21골, 9개의 어시스트. 35살 이전까지 6골을 기록한 데 비하여 35살 이후에는 15골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니 더 놀랍다. 대부분 은퇴했거나 은퇴할 나이에 오히려 대기록이 시작된 것. 카타르 월드컵이 그의 라스트 댄스였다고 많은 이들이 생각했지만 4년 뒤 그는 또 등장했다. 존재만으로도 신비한데, 경기마다 풀타임 뛰고 골을 넣으며 신기록을 세우니 축구의 신(神)이라 불릴만하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할 뿐", 자칫 진부한 레토릭처럼 들릴 수도 있는 말을 행동으로 입증하고 있는 메시다.

축구 선수로서 환갑 진갑을 다 지난 나이에 젊은 상대 선수들에게 정강이를 차이면서도 그는 여전히 축구장을 누비고 다닌다. 백인으로서는 작은 신장, 불리한 신체 조건 속에서도 거구의 수비수들을 쉽게 따돌린다. 그는 아르헨티나 동료들에게 불사조와 같은 존재이다. 함께 뛰면 아무리 지고 있어도 뒤집을 수 있다는 무한 신뢰를 뜻한다. 아르헨티나 출신이며 이강인이 뛰게 될 스페인의 명문 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도 이집트전을 관전한 뒤 말했다. "아무리 지고 있어도 메시가 경기장에 있는 한, 포기하면 안 된다. 그가 해낼 테니까."

메시는 더 이상 자신을 입증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홍명보 감독처럼 자신의 실패를 뒤집기 위해 월드컵에 또 나온 사람이 아니다. 이미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수여하는 발롱도르의 역대 최다 8회 수상자이다. 그동안 쌓은 명성에 흠집이라도 날까 두려워 몸을 사리게 되는 때다. 나이 들어 로망을 잘못 추구하면 노망(老妄)이라 비난받기 쉽다. 그런데 그는 왜 도전할까? 후배들의 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몸을 만든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 묻는 이들에게 메시는 이렇게 답한다. "돈은 나를 긴장시키거나 경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내 발에 공이 있을 때 행복하다. 나는 그저 축구를 사랑할 뿐이다."

자기 일을 진정 사랑하는 목소리다. 일이 돈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마흔한 살 동갑인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포르투갈의 호날두, 동화처럼 등장한 카보베르데의 마흔살 골키퍼 보치냐 등 노장들이 눈에 뜨였던 이번 대회다.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분투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중들은 용기를 얻는다. 스포츠가 주는 힘이다. 메시의 눈물은 삶에 지쳐서 풀이 죽어있는 중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그 눈물은 이렇게 묻는 것 같다. "당신의 진짜 전성기가 지났다고? 정말 거기까지가 당신의 한계인가?"

손관승 전 iMB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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