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겨눈 유시민 ‘재건축론’…전대 앞둔 여당 파장

김민석 국무총리(오른쪽)와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6·3 지방선거 청년 당선자 워크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보수 외연 확장 국정 운영이 핵심 지지층 이탈을 촉발했다는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재건축론’이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유 작가 발언을 두고 전당대회 출마가 확실시되는 정청래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이 28일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내부에서 ‘전통적 지지층 결집’이냐 ‘외연 확장’이냐를 둘러싼 노선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경기도 광주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한 뒤 유 작가의 재건축론에 대해 기자들에게 “이럴 때일수록 통합과 연대, 민주적 국민 정당으로 진화해온 민주당의 역사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유 작가는 지난 2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과 과거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발탁하는 행보를 겨냥해 “이 대통령을 지켜주고 응원했던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증축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재건축을 하려 한 것 같다. 재건축하려면 기존의 입주자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어 지지층’(핵심 지지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통령이 말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는 건 바람직하다. 문제는 대통령이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앞서 에이비시(ABC)론으로 여권 내 갈등의 중심에 섰던 유 작가가 이번엔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정 전 대표는 그간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핵심 지지층을 파고드는 데 집중했으나, 이날엔 통합 메시지 발신에 주력했다. 유 작가의 발언 뒤 여권 내 분열이 예상되자 이를 정리할 사람은 자신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내란 옹호 세력을 제외하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통합과 연대를 고민하고 논의할 때”라며 외연 확장이 아닌 ‘민주 진영 내 통합’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 외연 확장 전략에 지지를 표하며 유 작가를 에둘러 비판했다. 김 총리는 워크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민주 세력의 중심을 지켜 외연을 확장하는 노력은 김대중 대통령 이후에 모든 대통령이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지속돼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어 지지층은 그때그때 상황과는 별도로 큰 틀에서 민주 진영이 잘될 수 있도록 일관된 지지를 보내는 분들을 뜻하는 게 아닌가. 지지 변화가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했다. 이날 연단에 올라서는 “같으면 통합하고 다르면 연대하고 좁으면 확장하는 판을 만드는 게 당의 과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전북 전주에서 평당원과 타운홀 미팅을 하며 유 작가의 재건축론을 겨냥해 “민주당은 너무 운동장을 좁게 쓰고 있다. 축구도 운동장을 좁게 쓰면 창조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400회 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 딴지방송국 유튜브 채널 갈무리

유 작가의 발언에 민주당 내부에선 날 선 말들이 쏟아졌다. 친명(친이재명)계 정진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유 작가가 자신이) 건물주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고 썼다. 그는 전날에도 “민주당 건물주는 자신들이고 이재명은 세입자라는 내심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고백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전 대표의 통합 발언에 대해 “전당대회에 (조국)혁신당과 합당 등을 의제로 끌어오려고 하고 있다”며 “문제(당내 갈등)를 만든 당사자가 이제 와서 범민주진보연대를 얘기하며 마치 그것이 부족해서 지금 상황이 초래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전통적 지지 그룹을 멸칭으로 묶고 충성 경쟁하듯 조롱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상황이 이어졌는데 아무도 제지를 하지 않았다”며 “전통적 지지층이 당내 갈등·분열로 떨어져나가는 상황이 맞지 않느냐”고 했다.

집권 2년차 초입부터 여권 내 분열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는 양상에 당 안팎에선 우려가 잇따라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현 상태로면 전당대회에서 누가 이겨도 민심에서 괴리되고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가 없을 것”이라며 “더 큰 문제는 중재나 쇄신 목소리조차 내기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전당대회까지 아슬아슬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여권 내분은 (2028년) 총선 때까지 번번이 고개를 들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chy@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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