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자 거실 커튼이 열리고 집 안 조명이 자동으로 점등된다. 시스템 에어컨은 내가 가장 선호하는 온도에 맞춰 스스로 가동되고, 공기 청정기가 실내에 맑은 공기를 불어넣는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에서 알람이 울린다. 현관에 설치한 인공지능(AI) 도어캠이 집 문 앞에 수상한 사람이 기웃거리는 걸 감지해 화면으로 보여준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스마트폰 앱의 버튼을 눌러 보안업체에 출동 서비스를 요청한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만세구 공간제작소 부지 안에 설치된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모듈러 홈’ 견본주택(쇼룸)에서 살펴본 기능들이다. 삼성전자가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 기업인 공간제작소와 손잡고 모듈러 주택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모듈러 주택은 집의 주요 구조물과 내·외장의 80% 이상을 공장에서 규격화된 모듈 단위로 사전 제작하고, 건설 현장에 운송해 조립하는 ‘조립식 주택’이다. 기존 철근 콘크리트 공법으로 짓는 집보다 공사 기간을 최대 50% 이상 단축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이날 찾은 공간제작소 공장은 30평형 목조주택의 기본 뼈대가 되는 구조물을 매일 2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공장에서 내·외벽 마감, 전기 배선, 실내 인테리어 등 후속 작업까지 완료하고 건축 현장에 집을 앉히기까지 순수 제작 및 시공 기간은 1개월 남짓이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모듈러 홈은, 공간제작소가 만든 목조 단독주택에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스마트 제품을 패키지 형태로 결합한 것이다. 소비자가 가전을 개별적으로 사서 설치하지 않고, 집을 설계할 때부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똑똑한 가전’을 개인 맞춤형으로 구비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현장에서 살펴본 목조 견본주택은 만듦새가 일반 주택과 다르지 않고, 집안 곳곳에서 삼성전자 가전의 스마트홈 기능들이 일체형으로 작동해 요즘 인기 있는 ‘거주자의 일상에 맞춰 알아서 환경을 조성해 주는 집’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 목조주택의 건축비는 3.3㎡(평당) 500만원 남짓으로, 30평형 주택을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억5천만원 정도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가전을 배치하는 옵션 가격은 시스템 에어컨, 도어록 등 기본형(베이직)이 20평형 기준 500만∼600만원이고, 냉장고, 세탁기, 티브이 등 여러 가전을 추가한 프리미엄이 1200만∼1500만원가량이다. 집 층수와 면적, 공간 구성 등은 소비자가 직접 정할 수 있다.
엘지(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모듈러 주택 시장에 진출한 선발 주자다. 삼성전자의 시장 진입으로 앞으로 두 회사가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엘지전자는 ‘스마트코티지’라는 이름을 붙인 자체 모듈러 주택을 판매하고 있다. 집안에 엘지전자의 가전제품과 인공지능·스마트홈 설루션을 두루 적용한 것은 삼성전자와 비슷하다. 반면 ‘작은 별장’(코티지)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에 걸맞게 단층(모노) 또는 2층(듀오)으로 이뤄진 8평·14평·16평 등 비교적 작은 면적의 집들로 이뤄진 건 차이점이다.
또 엘지전자는 모듈러 주택 전문업체인 스페이스웨이비가 지은 주택에 엘지전자 가전을 배치한 ‘집 자체’를 하나의 제품으로 구성해 직접 판매하고 있다. 공간제작소가 만든 목조 주택에 자사 가전을 ‘패키지 옵션’으로 넣는 삼성전자와는 다른 전략이다.
특히 엘지전자는 22평형(모노 코어 72), 24평형(모노 코어 82) 등 20평대 단층형 주택을 새로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섰다. 방 2개와 거실, 주방, 욕실 등으로 구성된 20평대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이를 홍보하기 위해 29일부터 두 달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에 22평형 견본 주택도 전시한다.

국내 대표 가전기업들이 주택 사업에 발 벗고 나선 것은 단독주택 수요뿐 아니라, 인공지능 기능 등을 장착한 자사의 최신 스마트홈 가전제품을 소비자들에게 묶음 형태로 선보이며 시장 공략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신영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 그룹장은 “3년 내에 인공지능 모듈러 홈 1만호를 공급하는 게 목표”라며 “단독주택에서 시작해 아파트, 빌딩, 오피스 등으로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조연우 엘지전자 스마트코티지 대표도 “더 넓어진 스마트코티지 신제품이 주거는 물론 기업 연수원과 레저·숙박 시설 등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는 설루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