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은 총재 '공존' 선회…취임 후엔 CBDC 전면
발행주체 '은행 51%'·거래소 지분 제한 두고 평행선
가상자산 과세·집중투표제 등 자본시장 후속도 대기

후반기 경제 입법의 최우선 트랙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꼽힌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조속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신임 한국은행 총재도 입장을 일부 바꿨다. 다만 발행 주체와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둘러싼 이견이 그대로여서 후속 논의가 필요한 상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1년 넘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후반기 원 구성 직후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다. 이 법은 2024년 7월 시행된 이용자 보호 중심의 1단계 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잇는 2단계 입법으로,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와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포괄한다. 누가 발행하느냐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어디까지 제한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도 입법에 무게를 실었다. 한성숙 후보자는 25~26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낸 서면답변에서 혁신과 안정이 균형을 이룬 가상자산 2단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계기관 협의를 조속히 마무리해 법안 논의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제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의 또 다른 키를 쥔 한국은행도 기류가 바뀌었다. 지난 4월 21일 취임한 신현송 총재는 후보자 시절인 4월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스테이블코인에 부정적이었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보완·경쟁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은행 주도 발행을 고수하며 자본 유출과 통화 주권 훼손을 우려하던 전임 이창용 총재의 신중론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런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총재는 취임 직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은행 예금토큰을 앞세운 실증사업 '프로젝트 한강' 2단계를 전면에 내걸었을 뿐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발행 주체도 은행 중심 컨소시엄(은행 지분 50%+1주)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말로는 문을 열었지만 실제 설계는 여전히 중앙은행·은행 중심이라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보조 수단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함께 가상자산 과세 문제도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2027년) 1월 과세 시행 방침을 유지하지만 국민의힘은 3월 발의한 가상자산 소득세 폐지를 후반기 '1호 법안'으로 내세웠다. 제도화(기본법)와 과세(소득세) 논의가 한데 얽히면서 여야 이견 조정 속도가 처리 시점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회 논의는 평행선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TF는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좁힐지(은행 51% 룰)와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할지를 두고 한은·금융위와 맞서고 있다.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은 중동 정세와 지방선거 일정에 밀려 거듭 연기됐고 업계에서는 연내 처리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시장 분야는 지난해 개정된 상법이 하반기에 줄줄이 시행된다. 3월 시행된 자사주 의무소각(회사가 사들인 자기 주식을 없애 주당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에 이어 7월 23일 감사위원을 뽑을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 3%까지만 의결권을 인정하는 '합산 3%룰' 9월 10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집중투표제(이사를 여러 명 뽑을 때 1주에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줘 특정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 의무화가 차례로 시행된다. 국회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자본시장법 후속 정비와 기업 밸류업(저평가 해소) 법안이 추가 과제로 거론된다. 반도체·인공지능(AI)·전력망 등 정부의 첨단산업 전략을 뒷받침할 법안과 공급망안정화 법안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처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