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지진이 ‘불의 고리’ 깨웠다?…“우연의 일치뿐”

27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지진 발생 후 구조 작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남성이 친척의 시신을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이중지진’이 커다란 인명피해를 일으킨 가운데 이른바 ‘불의 고리’ 여기저기서도 작지 않은 규모의 지진들이 함께 일어나 우려를 키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지진들이 서로 연관돼 있지 않으며,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께(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서쪽에서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규모 7.2, 7.5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비슷한 시간 태평양 건너편 일본 동북부 이와테현 앞바다에서는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24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도 규모 5.6의 지진이 있었다. 이 지진들의 여진을 포함, 지진·화산 활동이 잦아 ‘불의 고리’라고도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비슷한 시기에 제법 규모가 큰 지진 활동들이 잇따라 일어나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슷한 시기에 큰 규모의 지진들이 발생한 것은 단지 ‘우연의 일치’라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소속 윌리엄 반하트 박사는 “(베네수엘라·미국·일본 등에서 일어난) 이 지진들은 서로 완전히 무관하다. 지진은 항상 일어나지만, 대부분의 지진은 바다에서 발생하고 인명 피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영국 가디언 등 여러 외신을 통해 밝혔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의 피터 스태퍼드 교수(지진학)는 이 지진들이 비슷한 시간에 발생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통계적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말했다. 또 이런 사건들이 만약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특정 지역에 집중된 발생 사례보다는 훨씬 더 넓게 퍼진 형태로 보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마디로 지진은 전세계 어디서든 늘 발생하는데, 이번 사건처럼 사람이 밀집한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은 그 막대한 피해 때문에 사람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리츠에서 사람들이 지진 뒤 어지럽혀진 슈퍼마켓을 청소하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다만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이중지진’이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는 밝혀야 할 문제다. 두 지진은 서로 다른 단층대에서 발생한 별개의 지진이지만, 위치가 너무 가까워 초기 지진이 39초 만에 이후 지진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브리스톨대 라파엘레 데 리시 부교수(토목공학과)는 “전형적인 지진은 규모가 큰 지진 뒤에 작은 여진들이 발생하지만, 서로 별개의 지진인 이중지진은 규모가 비슷하다. (이번 베네수엘라 지진에 대해) 가장 가능성 큰 설명은 첫번째 파열이 두번째 파열을 유발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튀르키예·시리아에서 발생했던 규모 7.8, 7.5 지진이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지진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며, 가까운 미래에 알 수 있을 거라고도 기대하지 않는다. 지하 수십킬로미터 아래 단층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직접 관측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것이 더 큰 지진의 전조로 풀이되지도 않는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전세계적인 지진 활동의 증가나 감소는 대지진이 임박했다는 신호가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최근 지진 활동에 대한 기록이 실제 늘긴 했으나, 지진을 탐지하는 능력이 향상된 결과라고 본다. 미국 지질조사국 산하 국립지진정보센터(NEIC)는 전세계에서 해마다 2만건의 지진을 탐지하고 있는데, 이는 하루 55건꼴이다. 이중 16건이 규모 7 이상의 대지진(규모 8 이상은 1건)이다. 지진 발생 횟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0년으로, 규모 7 이상의 지진이 23회 발생한 바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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