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마구치 지로 | 일본 호세이대 법학과 교수
일본 국회는 요즘 개헌 논의가 한창이다. 최대 쟁점은 전쟁을 포기하고 육해공군 등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헌법 제9조’ 개정이다. 외국에서 볼 때는 이미 자위대가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원래 자위대는 방어 목적의 무력만 행사하는 이른바 ‘전수방위’를 위한 조직이다. 자위대 방위 장비가 고도화됐고, 일·미 방위 협력도 긴밀해지면서 ‘전수방위’ 원칙이 희미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헌법 제9조와 전수방위’는 여전히 군비 증강을 원하는 정치인들에게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전부터 자위대는 각종 논란의 대상이었다. 최근만 해도 지난 3월, 현역 자위대 장교가 흉기를 들고 주일 중국대사관에 침입했다가 체포되는 일이 있었다. 중국 정부가 항의했지만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사과하지 않았다. 한달 뒤에는 현역 자위대원이 집권 자민당 대회에 초청돼 제복을 입고 국가(기미가요)를 부르는 일도 벌어졌다. 자위대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사건인데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번에도 “개인 활동”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국회에선 야당 의원이 “자위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이 간다. 부유한 아이들은 자위대 같은 데 가지 않는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자위대원의 입대 이유는 다양하며 경제적 동기가 절대적인 게 아니다. 실제 일본 저널리스트 후세 유진이 방위성에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2025년 자위대 입대자 설문조사’를 보면, 5천여명 응답자 가운데 56%(복수 응답)가 ‘사회 공헌’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후세는 동시에 “솔직히 가난한 가정을 노린다. 그런 아이들이 자위대에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는 자위대 모집 담당자의 발언도 소개했다. 가난한 청년들이 생계를 위해 입대하는 걸 ‘경제적 징병제’라고 하는데 다른 나라처럼 일본도 비슷한 현상이 있다.
사실 자위대를 둘러싼 정당성 논란은 수십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하지만 현재 일본에서 ‘자위대 존재가 위헌인 만큼 조직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극히 드물다. 재해 구조 등 자위대 활동에 고마워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자위대를 성역으로 삼으려는 일부 정치인과 군사력 강화를 노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안보 정책 전환을 방관해도 좋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위협을 이유로 국가 안보 정책의 근간을 담은 ‘안보 3문서’를 개정하려 하고 있다. 이 안에는 방위비 대폭 증액과 비핵 3원칙(핵을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 재검토도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여당 안에서는 국가 주도 방위산업 강화, 무기 비축 증대, 공급망 확대를 통한 지속 전투 능력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안보 환경이 변화하고 방위 기술이 발전하는 가운데 국방력 정비는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그러나 안보 문제 역시 국내 사회의 현실과 역사의 교훈을 직시하며 다뤄져야 한다. 많은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은 애초 수년에 걸친 ‘전투 지속 능력’을 갖는 게 불가능하다. 이미 태평양 전쟁 때 뼈저리게 깨달았을 사실이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미국 요구를 받아들여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를 3.5%까지 늘린다면,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이 경우, 방위비로 한해 10조엔(약 95조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재정 적자가 극심한 일본은 엔화 가치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전체 예산에서 방위비만 불균형하게 늘리면, 경제와 국민 생활이 파탄 날 수 있다. 자위대를 치켜세우는 일부 정치인들에게 안보 정책을 맡겨선 안 되는 까닭이다. 자위대를 ‘성역’이 아닌 자유로운 논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다각적 안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