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디플레 일본 없지만, 한국엔 하이닉스 있어” 중국 전문가의 경고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 타스 연합뉴스

중국 경제가 인공지능(AI)·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생산·수출 확대로 버티고 있지만, 소비와 투자가 침체하면서 중국 내 전문가들이 정책 당국을 향해 수요 회복과 분배 개선을 촉구했다.

27일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거시경제포럼이 연 행사에서 전·현직 중국 정부 자문위원들은 “강한 생산과 약한 수요 사이의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런 주장은 최근 중국 수출의 기록적인 증가와 함께 소매 판매와 투자가 악화한 가운데 나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자문위원인 황하이저우는 중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압력을 겨냥해 “디플레이션에 빠진 나라가 기술 혁신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을 비교하며, 일본은 수십 년간의 디플레이션 뒤 최첨단 인공지능 기업을 키우는 데 실패했지만 한국은 에스케이(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기업을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자문위원은 “거시경제 환경을 완만한 인플레이션, 즉 생산자물가지수(PPI)가 플러스이고 기업들이 이익을 내는 상태로 조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기술 진보에서 더 강해지고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부문별 격차는 최근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5월 공업 부가가치는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고, 1~5월 누계로는 5.4% 늘었다. 수출도 견조한 흐름을 보여 5월 중국의 상품 수출액은 2조5878억위안(약 585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8% 늘었고, 1~5월 누계 수출액은 11조9137억위안으로 11.8% 증가했다. 반면 내수 지표는 크게 부진했다. 5월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4조1090억위안(약 929조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 감소했고, 이 가운데 상품 소매액은 0.7% 줄었다. 투자 부문에서도 격차가 컸다. 1~5월 고정자산투자는 17조8512억위안(약 403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과거 공업정보화부 자문을 맡았던 류칭 중국 런민대 경제학 교수는 인공지능 산업의 성과가 특정 부문에 집중되는 문제도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에 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공지능 관련 산업의 이익을 사회 안에서 어떻게 공유할지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논의는 국제적으로 이미 진행됐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대체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민은행 전 자문위원인 류스진은 경기부양책의 절반 이상을 공급-수요 불균형 해소에 써야 한다며 저소득층 사회보장 확대를 촉구했다. 그는 농촌 주민과 실업 상태 도시 주민이 받는 보조금을 현재 월 200위안(약 4만5천원) 수준에서 1000위안(약 22만6천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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