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한국·대만 메모리 비싸, 중국 메모리 사게 해줘’

25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한 애플 스토어에서 사람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이날 애플은 메모리 및 저장장치 칩 가격이 올랐다며 아이패드와 맥북의 가격을 20% 전격 인상했다. 애플은 아이폰 가격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AFP연합뉴스

애플이 미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로부터 칩을 구매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매체는 27일(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칩 구매를 허락해 달라며 한 달여 전부터 미 상무부와 워싱턴 정계에 로비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창신메모리는 미 국방부가 지정한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관된 위험한 기업 명단’(1260H 리스트)에 올라 있다. 법적으로 거래가 금지된 것은 아니지만, 거래시 평판 손상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창신메모리를 아예 거래제한 기업으로 올리려 했으나, 미-중 무역협상을 이유로 백악관이 제동을 건 바 있다.

애플은 지난 2022년에도 원가절감을 이유로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쓸 메모리 칩을 중국 메모리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로부터 구매하려다 거센 비난을 받고 철회했다. 양쯔메모리 역시 ‘중국군과 연관된 위험 기업 명단’에 올라 있다.

애플이 창신메모리 구매를 타진한 것은 메모리 가격 급등 때문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5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20% 인상하며 “감당할 수 없는 메모리 가격”을 이유로 들었다.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일반 소비자용 디(D)램·낸드플래시 등은 공급 부족으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에스케이(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쪽으로 생산 무게중심을 옮긴 탓이다. 애플이 그동안 칩 구매 ‘큰손’으로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업체들과 거래해온 탓에, 공급업체들이 수익성 높은 생산 라인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내 반발이 거세,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미 하원 중국위원회 위원장 존 물러나르 의원(공화당)은 “애플이 중국 군수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동맹국들과 함께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할 시기에 중국 의존도를 더 높이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마이클 소볼릭 허드슨 연구소 안보전문가는 “핵심 광물(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자면서, 인공지능처럼 중요한 분야에서 새로운 의존 관계를 승인하는 건 말도 안된다”고 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조회 92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