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축협(대한축구협회) 카르텔’ 논쟁이 뜨겁다. 지난 26일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대한축구협회의 특정 대학, 특정 지역 카르텔이 대한민국 축구를 망치고 있다”고 했다. ‘축협 카르텔’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등장한 것은 처음이지만, 축구계에선 널리 알려진 것이다. 고려대 출신인 홍명보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졸전(1무2패)으로 대표팀 감독에서 쫓겨났는데도 2024년 다시 선임된 것이 축협의 ‘고려대 카르텔’ 탓이라는 것이다. 당시 감독 선임에 전권을 행사했던 정몽규 회장, 이임생 기술총괄이사,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2024년 10월 발표된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축협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파울루 벤투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2026년 월드컵까지 보장받길 원했지만, 협회는 이를 거부하고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전력강화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됐고, 전력강화위원장이 해야 하는 최종 면접을 정몽규가 직접 진행했다. 이사회 선임 절차도 누락됐다. 홍명보 선임 과정은 한술 더 떴다. 문체부는 ‘권한 없는 이임생 이사가 최종 감독 후보를 추천했고, 감독 면접 과정도 불투명·불공정했다’고 지적했다. 홍명보의 대학 후배인 이임생은 한밤중에 홍명보를 찾아가 감독을 맡아달라고 애걸했다. 이임생은 대학 선배인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정해성은 앞서 홍명보를 1순위로 내정해놓고 ‘건강상 이유’로 사퇴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특정 대학 카르텔이 아니다. 축구 팬들의 불신과 문체부 감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몽규는 2025년 2월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에 다시 당선됐다. 유효 투표 182표 중 156표를 얻어 결선 투표 없이 4연임에 성공했다. 축구인 출신 허정무 후보는 15표, 신문선 후보는 11표에 그쳤다. 협회장 선거는 시도협회장, 전국연맹 회장, 케이(K)리그1 대표이사 등 당연직 대의원과 감독·코치 등 지도자, 심판, 선수 대표 등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하는 간선제다. 가장 입김이 센 선거인단은 지역 협회 행정을 담당하는 당연직 대의원들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때의 ‘체육관 선거’를 닮은 구조인 탓에 축구 팬의 개혁 요구는 선거에 반영되지 못한다. 축구계 전체가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