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훈련에 AI 표적시스템 활용”…인공지능이 ‘일본 전수방위’ 이해할까

게티이미지뱅크

“적 표적 ‘타게팅’에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게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치쿠라 히로아키 일본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은 지난 4월 자위대 전투 지휘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미군과 표적 정보 공유에 인공지능 활용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미국과 구체적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삼가겠다”면서도 유사시 자위대의 적 표적 설정에 인공지능 활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당시 우치쿠라 통합막료장이 답변을 피했지만, 일본은 지난 2월 미국과 연합훈련 때 이미 인공지능으로 적 표적을 설정해 타격하는 훈련에 돌입했다. 이른바 ‘제3의 군사 혁명’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군사 지휘 시스템을 현장에 접목하는 시도를 시작한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8일 “인공지능이 세계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 가운데 일본 방위성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올해 1∼2월 미·일 연합훈련인 ‘킨 에지’(Keen Edge)에서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인공지능 시스템이 처음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당시 도쿄 방위성에 마련된 미·일 공동지휘소에서는 일본 규슈와 대만 사이 난세이 제도에서 미군과 자위대 함정이 공격받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진행됐다. 미·일이 협력해 자위대의 장사정 미사일 ‘25식 지대함 유도탄’을 발사할 때, 군사용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표적을 정하는 방식이다. 군사위성 영상과 무인기, 육해공 레이더, 현장 정보 등이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순식간에 분석하는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군사용 인공지능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이 동원됐다. 미국이 지난 2월 이란과 개전 당시 첫 24시간 동안 1000여곳을 공격할 때도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자위대에 인공지능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지만, 자국 방위 핵심 체계를 외국 기업에 의존하는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아사히신문은 “방위 전략의 심장부인 지휘·통제 시스템까지 미국 기업에 맡기는 것에 일본 정부 안에서 저항이 적지 않다”며 “일본 정부 고유의 판단과 다른 방향으로 결정이 좌우될 우려뿐 아니라 (외부 영향으로) 돌연 시스템이 중단될 위험도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본 방위 관련 기밀 자료들을 외국 기업이 다루게 되는 것도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태평양 전쟁 패전 뒤 일본에만 존재하는 ‘전수방위’(공격당했을 때만 최소한으로 대응) 개념을 외국산 인공지능이 실전에서 반영할 수 있는지도 물음표가 따른다. 방위성 내부에서도 “미군과 견줘 자위대에는 독특한 제약이 많아 인공지능 사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이 관여해야 할 비율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자체적으로 군사용 인공지능을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국 기업들이 군사용 인공지능 분야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있는 데다, 새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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