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대한상의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3일(현지 시간) 베트남 하노이 한 호텔에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앞서 열린 사전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04.23.](https://images.supple.kr/?url=https%3A%2F%2Fthumb.mt.co.kr%2F06%2F2026%2F06%2F2026062814071984781_1.jpg&width=640&height=453)
정치적 부담에도 청와대가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거세지고 있는 국가 주도 산업정책의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요국들은 보호무역과 기술 패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정책은 정부가 주도해 특정 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출범 등과 맞물려 주류에서 밀려난 산업정책은 통상 질서의 변화 속에서 부활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적으로 2500건 이상의 산업정책이 등장했다. 글로벌 산업정책에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이 차지한 비중은 48%였다. 반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등장한 산업정책은 연평균 250건 정도에 불과했다.
산업정책의 부활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을 제정하며 대규모 보조금을 투입했다.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결정이다.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남행(行)이 기업의 결정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향후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 전력 확보, 재난 대응 능력, 국가 균형발전, 인재 확보 등 향후 정부 정책과 맞물린다면 산업정책의 영역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투자이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이고 산업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서남권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드는 국가적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전략산업의 생산 거점을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은 애리조나와 오하이오 등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 구마모토 등으로 반도체 생산기지를 분산하고 있다.
결국 산업정책의 맥락에서 본다면, 이번 결정은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공간적으로 재배치할 것이냐는 관점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호남이 내포한 정치적 상징성과 이해관계 등에 따라 이번 결정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산업 공간의 재편 과정에서 비슷한 분석과 논란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X(엑스)에 "호남에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대적 지원 속에 관련 기업의 결단으로 가장 합리적인 반도체 산업 중심지를 추가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