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가상 아동 성착취물도 중형 처벌 필요…전원일치 합헌 판단

헌법재판소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만화·애니메이션 등 가상으로 만든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는 행위를 실사 성착취물 범행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가상 성착취물이 가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강조하며 해당 조항이 책임과 형벌 사이 비례원칙이나 평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지난 24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한 자를 징역 5년 이상, 이를 알면서도 소지한 자를 징역 1년 이상에 처하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관련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28일 밝혔다. 해당 조항은 실사와 가상 영상에 대한 구분을 따로하지 않고 있어 둘 다 같은 수준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ㄱ씨는 2020년 7∼8월 아동·청소년이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의 만화 파일 82개를 온라인에 올리고, 유사한 성착취물 13개를 내려받아 두달 가량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제주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던 중 가상 성착취물을 실제와 똑같이 처벌하는 아청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헌재에서 따져달라고 요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2022년 2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가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위험성과 죄질, 비난 가능성이 실사 성착취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만화 등은 상상력에 기반하여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신체 표현이 가능하고 극단적 상황을 쉽게 묘사할 수 있는 등 표현의 제약이 적다”며 “수용자가 특정한 행동이나 세계관을 오히려 쉽게 받아들이고 강한 자극을 느끼게 하며, 장르적 허용이라는 인식 아래 폭력성이나 음란성에 대한 감각을 둔화시킬 수도 있다”고 짚었다.

헌재가 가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를 처벌하는 아청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가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판매·배포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지난 2015년 합헌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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