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바람 피웠어, 같이 복수할래?"…3000만원을 잃었다

인스타그램 신종 사기 주의…평범한 일상→남편 불륜→복수한다며 투자 유도

가족과의 추억을 그저 기록하기 위해 올렸을 뿐인데, 이를 멋대로 도용해 사기 행각에 썼다./사진=사진도용 피해 계정 린든이네(@rin_and_deun)평범한 육아 계정이었다. 아이들 일상 사진이 많았다. 가족들과의 생일 파티, 평온한 동네 산책, 행복한 여행, 맛있는 외식까지.

어느 날, 카톡 사진 하나가 올라왔다. 계정 주인인 아내와 남편의 대화였다. 현준이(아들 이름)가 감기 걸려 고열이 났단 내용이었다.

카톡 대화는 이랬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아내는 "아이가 아픈데 언제 오느냐"고 물었고, 남편은 업무상 누군가 만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럴듯한 서사가 시작됐다. 열 나는 아이, 집에 없는 남편, 늦은 밤에 벌어진 일. 조바심 난 아내가 전화를 걸자 남편은 안 받는 상황.

다음날 올라온 글은 더 놀라웠다. 주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이런 인간도 아빠라고 할 수 있나요? 애가 아픈데도 하나도 신경을 안 쓰고, 회식이라며 거짓말을 하더니 제일 친한 친구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더라고요."

인스타 계정 '해킹', 사기 계정으로 탈바꿈

사기 계정을 차단하고 신고해도 계속해서 우후죽순으로 생긴단다./사진=사진도용 피해 계정 린든이네(@rin_and_deun)올해 초, 기자가 실제 접한 인스타그램 글이었다. 서로 친구 맺은 계정이라 이상하다 생각 못했다.

'사랑과 전쟁(이혼 갈등 드라마) '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가 계속됐다. 언제 올라오나 기다리게 됐다.

다음 글은 이랬다. 불륜이 들통난 남편은 아내에게 애원했다. "여보 나 한 번만 용서해줘. 남자들 다 이런 실수 한 번쯤은 하잖아. 우리 아기들 봐서라도. 우리가 어떻게 헤어져." 이를 들어주지 않자 화가 난 남편은 본색을 드러내며 쓰레기라고 욕했다.

복수를 위해 남편 회사 엔지니어가 돕고, 그에게 얘기하면 수익을 내는 것처럼 유도하는 사기 수법./사진=인스타그램 사기 피해자 제공시어머니와의 대화도 올라왔다. "만약 너희들이 이혼하게 되면 애는 우리 집에서 키울 거야."

한창 몰입하고 있을 때, 해당 계정이 이미 해킹당했음을 알게 됐다. "계정 해킹 당하시고, 사칭 계정으로 바뀌신 분들은 봐주세요"라며 원래 계정주가 메시지로 경고해서였다. 계정주의 경고 메시지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의심하지 않았을 터였다.

복수하겠다며, 투자 유도 이어져

수익을 낸 것처럼 보이게 해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다./사진=박에스더 인스타그램(@esther__park)기자는 해당 계정을 차단했다. 하지만 거짓인 줄 몰라 당한 피해자도 있었다.

30년 차 직장인이자 아이 엄마인 박모씨. 그도 지난해 비슷한 계정을 접했다. 글이 재미있어 계속 봤단다.

남편과 친구의 불륜을 알아챈 뒤엔 '복수'하겠단 다짐으로 이어졌단다. 사기꾼이 올린 복수 계획은 이랬다.

"남편이 운영하는 회사에 제가 키운 엔지니어가 있습니다. 그에게서 내부 정보를 빼내고 투자해 수익을 100% 낼 수 있어요. 남편 회사를 망하게 할 겁니다."

어색한 번역투 말투의 게시글. 누구나 예약할 수 있다고 하며 투자 사기를 유도하는 방식이다./사진=인스타그램 사기 피해자 제공사기꾼은 엔지니어에게 입금해 같이 수익을 내자고 유도했다. 함께 복수하자는 거였다.

박씨는 반신반의했다. 그러자 이를 증명하듯 수익을 인증하는 글이 올라왔다. 500만원을 넣었더니 5000만원이 됐다, 갖고 싶던 오토바이를 샀다는 식이었다. 수익의 20%를 엔지니어에게 주면 된다고 했다.

박씨가 "저도 복수를 도와 드리겠다"고 하자 사기꾼은 메시지를 보냈다. 얼마 투자할 지 물은 뒤 링크를 보냈다. 그럴듯했다. 평범한 코인 투자 사이트 같았다.

10여 분간 엔지니어가 하란 대로 했다. 박씨 계좌의 1000만원이 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러자 그가 2000만원을 추가 입금하라고 했다. 총 3000만원을 입금한 거였다.

3000만원 더 넣으란 말에 사기 확신, 경찰 "비슷한 피해 많다"

벌 수 있단 기대와 사기일지 모른단 불안에 함께 시달렸다. 출금하려 하자 사기꾼들은 "신용점수 회복 후 출금할 수 있다"며 "그러려면 3000만원을 더 넣어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박씨는 사기란 걸 알아챘다. 그는 "단순한 투자 사기가 아니라, 감정을 정교하게 무너뜨리는 범죄"라고 했다.

이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에 나섰다. 변호사는 "길면 1년이 걸릴 수 있다"며 "범인이 잡혀도 돈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경찰에 신고하니 "비슷한 사건이 많이 접수됐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길 바라지 않는다며 박씨는 이리 당부했다.

"송금내역, 카톡 및 DM 대화, 상대방 프로필 캡처, 음성 녹음 등 가능한 모든 증거를 보관하세요. 경찰에 신고하고 사건 번호를 받는 게 우선입니다."

가족사진 도용당한 피해자 "남편이 하루아침에 불륜남, 힘들어"

금전 피해자만 있는 것도 아녔다. 계정을 해킹당한 사람, 사기꾼 계정용 가족사진을 도용당한 이도 피해가 컸다.

계정을 해킹당한 인스타그램 사용자(@2ji_ne)는 "방치하고 있던 개인 계정 비번이 갑자기 바뀌더니, 소중한 사진들이 다 지워지고 (사기치는) 새 게시물이 올라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매일 신고해 사기 계정이 삭제됐는데 소용없었다. 바뀐 아이디로 또 생겼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린든이네(@rin_and_deun)'를 운영 중인 김모씨는 돌연 지인들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이 불륜을 저질렀단 글을 봤다며 괜찮냐고 걱정하는 거예요. 무슨 얘기인가 싶었죠."

사기꾼 계정에 들어가 보니, 김씨 가족사진이 천지였다. 모든 게 도용이었다. 남편은 순식간에 몹쓸 불륜남이 돼 있었다. 남편 역시 "이게 정말 사실이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계속 신고했다. 소용 없었다.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 접수하고 담당 경찰관과 얘기했지만 아무것도 없이 끝났습니다. 메타(인스타그램 기업)쪽에도 수십 번 계정 신고를 해야 하나씩 삭제됐어요. 삭제돼도 또 다른 계정을 해킹해 무한 반복 중입니다. 제발 이젠 멈춰줬으면 좋겠어요."

"내가 왜 속았을까" 자괴감 들어…2차 인증 설정해 해킹 막아야

인스타그램 계정을 해킹해 가짜 게시물을 올려 사람들을 낚는 사기 수법. 시작이 해킹이기에 방지가 필요하다.

해킹 방지를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건 '2단계 인증'이다. 로그인 과정에서 아이디, 비번 말고도 확인을 한 번 더 거치게 해두는 것.

'계정센터' - '비밀번호 및 보안' - '2단계 인증' 순으로 메뉴에 들어가면 된다. 구글 OTP 같은 앱에서 코드를 받아 설정하는 게 안전하나, 번거로울 시 그냥 문자로 확인하게 할 수도 있다. 이리 해두면 코드든, 문자든 한 번 더 입력해야 로그인되므로 해킹 예방에 도움 된다.

스마트폰 분실에 대비해 '백업 코드'도 저장해두면 좋다. 다른 기기에서도 백업 코드를 알면 로그인 할 수 있다. 단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

사기 피해를 보았을 땐, 송금한 계좌에 대한 '지급 정지'를 은행에 신청해야 한다. 남아 있는 돈을 묶어두는 것. 이와 함께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를 하고, 피해 내용과 증거(송금 내역, 대화 캡처, 계좌번호 등)를 제출한다.

피해자 박씨가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모르는 계정과 절대 금전 거래하지 마세요. 선입금 요구 시엔 무조건 의심하시고, 사기 계좌 사이트에서 꼭 확인하세요. 피해를 봤다면 경찰서에 꼭 신고하십시오. 저 같은 피해자가 더는 없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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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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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아야#Uryv
    2026.06.2820:37
    ㅡㅡ 복수 ? 해서 뭐하게? ㅂ ㅓ ㄹ 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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