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다음은 배전…HD현대일렉, 로봇이 만들고 납기로 뚫는다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가보니
생산능력 70%↑ 공장 자동화율 25%p 상승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배전기기로 확산
울산 배전반·변압기 이전도 검토 “매출 비중 2배로”

▲생산라인 사이 자재를 운반 중인 자율주행물류로봇(AMR)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생산라인 사이 자재를 운반 중인 자율주행물류로봇(AMR)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25일 찾은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공장 1층에서는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이 파란색 토트 박스를 싣고 생산라인 사이를 바삐 오갔다. 맞은편에 사람이 나타나자 속도를 줄였고, 장애물을 피해 스스로 경로를 바꿨다. 자동화 창고에 쌓인 자재는 생산 계획에 맞춰 라인으로 흘러갔고, 완제품은 로봇을 통해 선반에서 작업자에게 전해졌다. 2층 배선용차단기(MCCB) 라인에서는 다관절 로봇팔 수십 대가 부품을 집어 올려 조립하고 검사 공정으로 넘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자재 입고부터 생산, 출하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 중심으로 운영하는 이곳은 HD현대일렉트릭이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에 분산돼 있던 생산 역량을 한데 모아 구축한 배전기기 생산 거점이다. 1단계 사업으로 추진된 중저압차단기 신공장에서는 발전소와 산업 플랜트에 쓰이는 기중차단기(ACB)·진공차단기(VCB)부터 일반 주택과 빌딩에 들어가는 MCCB까지 5만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이 25일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이 25일 청주 배전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HD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시장은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전력기기 수요를 이끌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AI 관련 전력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처럼 실제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배전기기 수요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데이터센터향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 미만에서 올해 두 자릿수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청주 배전캠퍼스는 생산·자동화 설비, 물류 시스템, 디지털 운영 체계를 공장 설계 초기부터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 통합형 스마트 공장이다. 이 부사장은 “생산능력은 기존 연 500만 대에서 850만 대로 70% 늘었고, 자동화율도 기존 공장 70%에서 평균 95%까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영업 단계에도 AI를 도입해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급 계획을 짜는 체계를 갖췄다.

▲포장 자동화 로봇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포장 자동화 로봇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기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장기 공급 계약 형태의 발주를 늘리는 추세다.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배전캠퍼스의 여유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북미 데이터센터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신규 진입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초고압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패키지로 묶어 원스톱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글로벌 탑티어와의 차별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이 부사장은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용 고사양 38kV VCB는 납기가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는 절반 이하 납기를 제시해 계약을 성사한 사례가 있다”며 “배전기기는 인증을 거쳐 본격 발주하기까지 최대 1년 반이 걸리지만, 단독 인증을 보유하고 품질을 인정받은 경우 그 이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거래처들이 늘고 있다. 그런 계약만 올해 3건 정도 했다”고 전했다.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 (사진제공=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 배전캠퍼스를 배전기기 사업 확대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현재 울산에서 생산하는 배전반과 배전변압기의 청주 이전도 검토 중이다. 단품 판매 위주에서 벗어나 전력기기와 배전기기를 묶은 패키지·솔루션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적 측면에서도 배전기기는 초고압 변압기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축으로 꼽힌다. 작년 기준 HD현대일렉트릭 매출의 69.5%가 전력기기에서 나왔고, 배전기기 등 비중은 16.1%에 그쳤다. 이 부사장은 “초고압 등 전력기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배전과 회전기 등으로 넓혀 매출 비중을 25~3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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