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가뭄에 바뀌는 코벤펀드 성과공식…이젠 '메자닌 소싱' 전쟁

공모주 줄자 코벤펀드 혜택도 희석
공모주 빈자리, CB·BW가 채운다
제로쿠폰·리픽싱 삭제까지
우량 딜일수록 조건은 발행사 쪽으로

(챗GPT)
(챗GPT)

공모주 가뭄이 이어지면서 코스닥벤처펀드(코벤)의 성과 변수가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에서 주식연계채권(메자닌) 소싱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우선배정 효과는 줄어든 반면 메자닌 시장에는 코벤 등 기관 자금 수요가 늘면서 인기 발행물을 좋은 조건에 담는 운용사별 선별 능력이 중요해졌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수요예측을 진행한 기업은 리츠·스팩을 제외하고 15곳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곳과 비교해 4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중복상장 규제 논의로 대어급 자회사 기업공개(IPO)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고, 지난해 수요예측 제도 개편 이후 기업과 주관사의 관망세가 길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모시장 위축은 코벤의 핵심 유인인 공모주 우선배정 효과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코벤에는 코스닥 공모주 물량의 30% 우선배정 혜택이 주어진다. 하지만 공모 건수 자체가 줄면 우선배정 혜택의 실효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해 7월부터 정책펀드 별도배정 혜택이 최소 15일 이상 의무보유 확약 물량에 한해 적용되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전략의 효용도 줄었다.

다만 코벤이 받는 부담의 핵심은 15% 요건 미충족이 아니라 공모주 우선배정 효과 약화에 있다. 코벤의 15% 의무는 공모주 배정 물량이 아니라 벤처기업 신주 등 투자 요건과 연결된다. 여기에는 벤처기업이 발행한 주식뿐 아니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인수도 포함된다. 메자닌은 코벤의 벤처기업 투자 요건을 채워온 주요 수단으로, 공모주 우선배정 효과가 약해진 국면에서 중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문제는 메자닌 시장에서도 투자자에게 우호적인 조건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코벤 자금 등 메자닌 유동성이 몰리면서 인기 딜을 중심으로 발행사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을 모두 0%로 둔 제로쿠폰 구조가 늘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점이 길어지거나 주가 하락 시 전환가를 낮춰주는 하향 리픽싱이 빠지는 등 투자자 보호 장치가 약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설계기업 에이디테크놀로지가 4월 발행한 1300억원 규모 CB에는 NH헤지자산운용, 라이노스자산운용, 스카이워크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이 운용하는 코스닥벤처펀드가 인수자로 참여했다. 해당 CB는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인 제로쿠폰 구조였고, 발행결과 공시 기준 전액 납입이 완료됐다. 사채권자의 풋옵션 행사 시점은 발행 후 30개월로 설정됐고, 주가가 하락해도 전환가액을 낮춰주는 하향 리픽싱 조항은 두지 않았다. HEM파마도 최근 사채권자 전원 합의에 따라 제1회차 무보증 사모 CB의 하향 리픽싱 조항을 삭제했다.

다만 발행사에 유리한 조건이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테마성과 실적 가시성을 갖춘 기업의 발행물에는 자금이 몰리지만, 비선호 중소형 발행사는 투자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우량 딜은 경쟁이 치열해 조건이 나빠지고, 비선호 딜은 부실 또는 실체 불분명 발행 우려가 남는 양극화가 나타나는 구조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 코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공모주가 줄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공모주 우선배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초과수익은 약해졌고, 메자닌 시장에서는 좋은 발행물에 자금이 몰리면서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가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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