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크린을 ‘씹어 먹는’ 주인공들이 온다. 올 초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나란히 남우주연상을 받은 티모테 샬라메의 ‘마티 슈프림’(뮤지컬·코미디 부문)과 바그네르 모라의 ‘시크릿 에이전트’(드라마 부문)다. 각각 새달 1일과 8일 개봉하는 두 영화는 주연배우들의 경이로운 연기 신공뿐 아니라 꽉 찬 영화적 재미, 수준 높은 주제 의식으로 오감을 만족시킨다.
‘마티 슈프림’은 그동안 소년과 풋풋한 청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샬라메가 비로소 어둡고 지저분한 현실 세계의 어른이 됐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여기서 어른은 철들고 책임감 있는 성인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댈 곳도, 보호해줄 누군가도 없는 성인의 무모한 열망이 어떤 파괴력을 가지는지 보여준다. 꿈을 향한 열정과 광기를 오가는 샬라메의 연기는 욕이 튀어나올 정도로 짜증 나면서도 동시에 매혹적이라 왜 그가 6년 동안 탁구 연습을 하면서 시나리오의 완성을 기다려왔는지 납득된다 .

‘마티 슈프림’은 1950년대 탁구가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미국 사회에서 탁구로 전세계를 제패하려는 마티 마우저(티모테 샬라메)의 도전기다. 챔피언 도전기라고 하면 건강한 스포츠 드라마가 떠오르지만 ‘마티 슈프림’에서 타의 모범이 될 만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중 가장 나쁜 사람은 주인공 마티다. 구둣가게에서 일하는 그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갈 여비를 모으기 위해 거짓말하고 사기 치고, 협박하고, 도둑질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마티는 악당이라기보다는 눈앞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이다. 때로는 몇백달러 때문에 목숨을 걸고, 견디기 힘든 모욕까지 감내하는 마티의 폭주는 점점 더 그를 고립시킨다.
‘마티 슈프림’은 넷플릭스 ‘언컷 젬스’(2019)를 만든 조시·베니 사프디 형제의 형 조시가 단독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스포츠 드라마의 외피를 두르고 누아르적인 어둠과 긴장감으로 조이면서도 수시로 유머를 떨구며 2시간 반을 달려가는 폼이 대단하다. 특히 엮이고 싶지 않은 민폐 덩어리면서 끝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샬라메의 연기력은 그가 스타이기 전에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브라질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는 주연배우 모라에게 제78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배우상 트로피를 다발로 안긴 작품이다. 모라는 넷플릭스 시리즈 ‘나르코스’에서 잔혹한 카리스마를 지닌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역으로 주목받은 배우다.
군사독재 시절의 1970년대 말 브라질, 교수에서 잘리고 고향으로 온 마르셀루(바그네르 모라)는 아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쫓기는 신세다. 대학을 자신의 이권에 이용하려던 사업가에게 바른말을 하다 찍혔기 때문이다. 부패가 만연한 브라질 사회에서 억울하게 위협당하는 그를 지켜줄 수 있는 공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칸이 주목해온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이 쓰고 만든 ‘시크릿 에이전트’는 부패와 타락이 공기처럼 떠돌던 1970년대 브라질 사회를 그린다. 화면을 노란빛으로 감싸는 더위와 삼바 축제의 뜨거운 열기, 그사이 무심하게 벌어지는 폭력과 방치된 죽음들이 쫓기는 주인공의 불안과 뒤섞이며 독특한 비극의 정조를 빚어낸다. 살기 위해 발버둥 치지만 끝내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좌절과 고독이 깊이 배어있는 모라의 눈빛은 영화가 보여주는 비극성에 깊이를 더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