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최고층 건물에 경비행기 충돌…“몇 초 더 갔으면 시진핑 관저 도달”

26일 오후 5시55분 중국 베이징 시틱타워에 경비행기가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저녁 인근을 지나던 사람들이 충돌 지점을 촬영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중심부의 초고층 빌딩에 경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관저와 인민대회당, 톈안먼(천안문) 등 주요 시설과 가까운 곳으로 수도의 항공 보안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정치적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27일 베이징 차오양구 당국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26일 오후 5시55분께 동3환로 인근을 비행하던 단발 2인승 경량 스포츠 항공기 1대가 고층 건물과 충돌했다”며 “기내에는 조종사 1명이 타고 있었고 사망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사고로 13명이 다쳤고 관련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고 원인과 경위에 대한 추가 설명은 없었다. 소셜미디어 엑스(X)에 유포된 영상을 보면, 충돌 뒤 추락한 항공기 잔해에는 ‘B-12PP’라는 등록번호가 적혀 있었지만 조종사에 대한 추가 정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사고는 중국 금융·상업 중심지 궈마오에 있는 108층(528m)짜리 초고층 빌딩인 시틱 타워에서 일어났다. 2018년 완공된 시틱 타워는 베이징에서 가장 높고, 베이징을 상징하는 현대 건축물로 꼽힌다. 중국 최대 국유 금융기업 가운데 하나로 은행·투자·인프라 등 사업을 운영하는 중신그룹의 본사가 있다.

항로 추적 플랫폼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솽웨항공 소속의 중국산 ‘선워드 SA60L 오로라’ 기종으로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베이징 핑구구 작은 공항인 스포스공항에서 이륙한 뒤 베이징 쪽으로 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고 발생일 저녁 스포스공항 주차장에서 공안의 감독 아래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수색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항로 추적 플랫폼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 시틱 타워에 충돌한 경비행기는 26일 오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스포스공항에서 이륙한 뒤 예정된 비행경로를 벗어나 베이징 쪽으로 향했다. 플레이트레이터24 엑스(X) 계정 갈무리

이번 사고는 중국에서 가장 엄격한 통제를 받는 구역에서 일어나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 지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무실이자 관저인 중난하이에서 직선거리로 약 7㎞ 떨어진 곳이다. 민간 항공기는 베이징 도심 상공을 비행할 수 없고, 특히 경비행기의 운항은 통상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지난 5월1일부터 베이징 상공에서 레저용 항공기 운항과 드론 비행을 사실상 금지하는 등 저고도 공역 제한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베이징 중심부 상공에 경비행기가 등장한 것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동향을 추적하는 피엘에이트래커(PLATracker) 창립자인 벤 루이스는 뉴스위크에 “진짜 질문은 어떻게 경비행기 한 대가 중심 상업지구 상공에 오게 됐느냐는 것”이라며 “이 비행에 대해 더 알기 전까지는 원인을 진단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사고가 베이징 상공 보안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통제 조처가 제대로 가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분석가인 빌 비숍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엄청난 보안 침해”라며 “몇 초만 더 비행했다면 중난하이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이는 베이징 보안 체계에 지진이 됐을 것”이라고 썼다.

대만 전문가는 이번 사고에 ‘정치적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 쑤쯔윈은 뉴스위크에 “베이징은 사실상 비행금지구역”이라며 “이번 사건은 정치적 동기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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