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그들은 왜 다시 ‘막내’를 자처했을까

‘언더커버 셰프’ 방송 화면. 티브이엔(tvN) 제공

스타 셰프가 주방 막내를 자처하고 인기 모델들이 오디션장에 줄을 선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도 더 된 배우는 한 대학에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처럼 초심자로 돌아간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화제다.

‘소라와 진경’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14일 종영한 문화방송(MBC)의 8부작 예능 ‘소라와 진경’은 방송인 홍진경과 이소라의 파리 패션위크 도전기를 그렸다. 이소라와 홍진경은 각각 1992년과 1993년 모델로 데뷔한 뒤 방송계와 패션 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는데, 다시 신인 모델의 자세로 돌아가 파리 패션위크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 걱정과 설렘을 안고 파리로 떠나지만, 오랜 기간 활동을 쉰 이들에게 파리 패션위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디션 직후 다른 모델들은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이소라와 홍진경은 씁쓸하게 현장을 떠나기 일쑤다.

‘소라와 진경’의 한 장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달 21일부터 방송 중인 티브이엔 (tvN ) 예능 ‘언더커버 셰프 ’는 권성준 , 정지선 , 샘 킴 등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과 ‘냉장고를 부탁해 ’를 통해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초심 찾기 프로젝트 다 . 권성준과 샘 킴은 이탈리안 요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파르마 식당에 , 정지선은 중국 청두의 한 식당에 각각 주방 막내로 위장 취업을 한다. 한국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지만, 이름도 경력도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주방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상사에게 따끔한 지적을 받는다. 샘 킴은 자신이 만든 생면이 전량 폐기될 상황에 처하자 귀까지 빨개지며 당황스러워하고, 정지선은 중국의 무거운 웍을 들어 올리는 것에서부터 애를 먹는다 . 권성준은 대구 스테이크가 너무 짜서 먹을 수 없다는 손님의 불평에 진땀을 뺀다.

‘언더커버 셰프’ 방송 화면. 티브이엔(tvN) 제공

지난 3월12일 첫 업로드를 시작한 유튜브 예능 ‘26학번 지원이요’는 48살의 나이에 대학 새내기로 돌아간 배우 하지원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원이 경희대학교 26학번으로 입학한 설정으로, 하지원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수강 신청을 해 수업을 듣고 동아리 오디션을 보며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선배, 동기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2007년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하지원에게 20년 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는 낯선 것투성이다. 선배가 말하는 신조어를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축제에서 헌팅을 시도하다 거절당하며 좌충우돌한다. 이런 모습이 인기를 끌며 최대 18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26학번 지원이요’ 속 하지원. 유튜브 영상 갈무리

신입으로 돌아간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공감과 대리만족을 안긴다. 이미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허둥대고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공감을 얻는다. 또 무언가 새로 시작해보는 이들의 모습은 부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초심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당혹스러운 일을 겪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또 중견 사회인들의 경우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기가 어려운데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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