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 셰프가 주방 막내를 자처하고 인기 모델들이 오디션장에 줄을 선다. 대학 졸업한 지 20년도 더 된 배우는 한 대학에 신입생으로 다시 들어간다. 이처럼 초심자로 돌아간 베테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화제다.

지난 14일 종영한 문화방송(MBC)의 8부작 예능 ‘소라와 진경’은 방송인 홍진경과 이소라의 파리 패션위크 도전기를 그렸다. 이소라와 홍진경은 각각 1992년과 1993년 모델로 데뷔한 뒤 방송계와 패션 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는데, 다시 신인 모델의 자세로 돌아가 파리 패션위크의 런웨이에 서기 위해 오디션을 보는 것이다. 걱정과 설렘을 안고 파리로 떠나지만, 오랜 기간 활동을 쉰 이들에게 파리 패션위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디션 직후 다른 모델들은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이소라와 홍진경은 씁쓸하게 현장을 떠나기 일쑤다.

지난달 21일부터 방송 중인 티브이엔 (tvN ) 예능 ‘언더커버 셰프 ’는 권성준 , 정지선 , 샘 킴 등 ‘흑백요리사 : 요리 계급 전쟁 ’과 ‘냉장고를 부탁해 ’를 통해 스타 셰프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초심 찾기 프로젝트 다 . 권성준과 샘 킴은 이탈리안 요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파르마 식당에 , 정지선은 중국 청두의 한 식당에 각각 주방 막내로 위장 취업을 한다. 한국에서는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이지만, 이름도 경력도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주방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상사에게 따끔한 지적을 받는다. 샘 킴은 자신이 만든 생면이 전량 폐기될 상황에 처하자 귀까지 빨개지며 당황스러워하고, 정지선은 중국의 무거운 웍을 들어 올리는 것에서부터 애를 먹는다 . 권성준은 대구 스테이크가 너무 짜서 먹을 수 없다는 손님의 불평에 진땀을 뺀다.

지난 3월12일 첫 업로드를 시작한 유튜브 예능 ‘26학번 지원이요’는 48살의 나이에 대학 새내기로 돌아간 배우 하지원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원이 경희대학교 26학번으로 입학한 설정으로, 하지원은 여느 대학생들처럼 수강 신청을 해 수업을 듣고 동아리 오디션을 보며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선배, 동기들과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2007년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하지원에게 20년 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는 낯선 것투성이다. 선배가 말하는 신조어를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축제에서 헌팅을 시도하다 거절당하며 좌충우돌한다. 이런 모습이 인기를 끌며 최대 183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신입으로 돌아간 이들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공감과 대리만족을 안긴다. 이미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도 새로운 환경에 놓이면 허둥대고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공감을 얻는다. 또 무언가 새로 시작해보는 이들의 모습은 부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각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초심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당혹스러운 일을 겪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또 중견 사회인들의 경우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기가 어려운데 연예인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