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검색순위 조작만으로 선택 왜곡 가능…"정책 논의 필요"

[공정위 제공]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온라인 쇼핑, 배달, 숙박 예약 등 플랫폼 기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절반 이상은 플랫폼이 제시한 검색 정렬 순서 '톱5' 내에서 상품을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첫 번째 페이지 안에서 구매를 완료하는 것으로 파악돼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 우대 영향력이 매우 강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 우대 행위에 관한 소비자 행동 실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디지털 플랫폼이 검색·추천·랭킹 알고리즘으로 자사의 상품을 상위권에 노출하는 경우, 소비자 선택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실제 온라인 쇼핑몰의 인터페이스를 충실히 재현한 온라인 가상 쇼핑몰을 구축하고 소비자 3천72명에게 두 차례 쇼핑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1회차에는 모든 집단이 자사 우대 조작이 없는 같은 환경에서 쇼핑하도록 했다.
2회차에는 자사 우대 조작이 적용된 가운데 라벨(자사 우대 상품을 식별할 수 있도록 상품에 표시한 경우)·공시(정렬 기준에 자사 우대 요소가 반영됐음을 안내한 공시) 여부에 따라 4개 집단에 소비자를 무작위로 배정했다.
아울러 각 소비자에게 블루투스 스피커, 비타민C, 롤 화장지 등 세 가지 상품군 가운데 두 가지를 구매하도록 설계했다.

[공정위 제공]
실험 결과 소비자들은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순위에 매우 강하게 의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구매의 51.7%가 검색 상위 5개 상품에 집중됐다.
소비자의 94.6%는 첫 페이지 안에서 구매를 완료했다.
기본 정렬순서를 변경한 소비자는 25.2%에 그쳤고, 상품 기능·가격대 등 필터 기능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는 83.8%에 달했다.
알고리즘을 조작하면 소비자들이 같은 상품이더라도 더 비싸게 구매하는 경우도 생겼다.
1회차 쇼핑에서 검색 순위 중하위권에 있었던 상품을 2회차에서 10% 더 비싼 가격에 검색 결과 상단에 배치하자 구매율이 1%에서 35%로 34%포인트(p)나 급등했다.
반면 원래 상위권에 있던 경쟁 상품은 검색 순위에서 밀리면서 구매율이 52%에서 20%로 32%p 하락했다.
자사 우대가 특정 상품의 판매를 증가시키고, 소비자들에게 경쟁 상품 선택 기회를 빼앗을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소비자가 플랫폼이 제시하는 순위를 상품의 품질이 좋다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검색 순위 조작만으로도 플랫폼의 의도에 따라 최종 구매 선택이 크게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선택 왜곡을 완화하기 위한 라벨 표시, 정렬 기준 공시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자사 우대 상품에 부착된 라벨은 해당 상품 구매율을 오히려 추가로 4.5%p 끌어올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라벨이 상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렬 기준 공시는 실제 이를 확인하는 소비자 비율이 10.7%에 그쳐 대다수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시를 실제 확인한 소비자 일부 집단에서는 자사 우대 상품 구매율이 약 18.4%p 떨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소비자들은 더 비싼 자사 우대 상품을 구매한 후에도 구매 만족도와 랭킹 신뢰도가 되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 왜곡을 소비자 스스로 인식하기 어려운 구조임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이번 연구가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반 자사 우대 행위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효과를 규명한 공정위 최초의 실험 연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정위는 "알고리즘의 효율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소비자 선택의 편향 가능성을 어떻게 견제할지 등과 관련해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porqu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