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진행되며 32강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미국 일간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이 팀 성적과 즐거움을 기준으로 팬들의 감정 상태를 4가지로 분류한 결과를 내놨다.
이 신문은 26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북미 전역에서 전례 없는 48개국이 참여하며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어떤 팬들은 집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며 월드컵에서 누가 가장 즐겁거나 비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경기력과 응원 열기를 기준으로 분류했다.
팀 성적이 예상을 웃돌고, 팬들도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만끽하는 행복한 그룹으로는 노르웨이, 카보베르데, 미국이 꼽혔다. 조별리그 2위로 32강을 통과한 노르웨이는 선수들과 응원단이 함께 선보인 ‘노 젓기 응원’으로 화제가 됐다. 카보베르데는 사상 첫 출전임에도 스페인, 우루과이 등 강팀과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선전했고, 선방 쇼를 선보인 골키퍼는 온라인상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미국은 ‘개최국이 조별리그에 탈락하면 어쩌나’하던 우려를 불식시키고 조별 리그 통과에 성공했다.
두번째 그룹으로는 예선 결과는 좋아도 축제 분위기는 아닌 ‘출장’ 그룹이 있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은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전통의 강호들이다 보니 조별리그 승리 정도엔 크게 흥분하지 않는 편이다. 프랑스는 이라크를 상대로 3 대 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력은 우승 후보팀답지 못했다는 냉정한 자국 팬들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해당 경기는 비·천둥·번개 속에 2시간여 지연된 뒤 치러져 경기장 관중석에서 기다린 팬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세번째 그룹으로는 성적은 만족할 수 없지만 즐기는 데 의의를 두는 ‘맥주 마시러 왔다’는 나라들이 있다. 스코틀랜드는 1998년 이후 첫 출전이었으나 일찌감치 탈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팬들은 미국 동북부 거점 공항이 있는 보스턴을 베이스 캠프삼아 모여들었는데, 보스턴의 술집이나 팬웨이파크 등 관광 명소에서 스코틀랜드 응원단들이 맥주를 동내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즐기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가장 작은 나라인 퀴라소는 독일을 만나 무려 7골을 내줬지만, 이 경기에서 자국 역사상 월드컵 첫 골을 터뜨리는데 성공하며 그 어떤 우승국 못지않게 축제 분위기가 됐다.
가장 불행하고 집에 가고 싶은 팀으로는 튀르키예, 카타르 등이 꼽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튀르키예 팬들은 첫 두 경기에서 180분 넘게 자신들의 팀이 62개의 슈팅을 날리는 동안 단 하나의 골도 넣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며 “이번 월드컵에서 튀르키예 팬들만큼 힘든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썼다. 카타르도 3경기에서 10골이나 내줬다.
기사에 구체적인 내용이 언급되진 않았으나, 한국은 맥주를 동내는 세번째 그룹으로 분류됐다. 보스턴 스포츠바에서 응원 분위기를 달궜던 스코틀랜드 다음 순서로, 스웨덴·뉴질랜드·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응원 열기만은 뜨거운 그룹에 속한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데다 감독과 선수들 간 불화설까지 터져 전세기 귀환 계획까지 취소된 우루과이에 비하면, 그나마 한국 팬들의 심기는 양호한 편으로 분류됐다. 일본은 프랑스와 함께 성적은 좋지만 조별리그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는 담담한 ‘출장’ 그룹으로 분류됐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