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타 팀 경기에 운명 맡겨…콩고 승리로 마침표

28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가 가나를 2-1로 꺾고 콩고민주공화국이 미국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K조 최종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3-1로 꺾으며 승점 4로 조 3위를 확정하자 한국의 탈락이 공식화됐다. 12개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자리는 한국의 차지가 되지 못했다.
홍명호의 굴욕은 4일 전부터 시작됐다.
한국은 지난 25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조 2위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으나 후반 18분 타펠로 마세코에게 통한의 선제 결승골을 내줬다.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68%로 앞섰으나 슈팅 수에선 오히려 8-13으로 밀렸다. 공은 쥐고 있었지만 골문은 열지 못한 경기였다. FIFA 랭킹 25위 대 60위의 싸움에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다.
남아공전 직후 87.6%였던 32강 진출 확률은 하루하루 무너졌다. 에콰도르가 독일을 잡는 이변, 일본-스웨덴 무승부, 호주-파라과이 무승부, 세네갈의 이라크 5-0 대파, 이란의 이집트전 무승부까지 타 조 경기가 연달아 불리하게 작용하며 32강 진출 확률이 31.51%까지 곤두박질쳤다. 크로아티아가 가나를 2-1로 꺾으면서 생존 확률은 17.84%까지 추락했고, 결국 콩고의 승리로 마지막 불씨마저 꺼졌다.
돌아보면 이번 대회 한국의 조별리그는 처음부터 불안했다. 체코전 역전승으로 희망을 심었지만, 멕시코전 어이없는 실점과 남아공전 졸전 끝의 패배로 한국 축구의 위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은 대회 전부터 거셌다. 불투명한 선임 과정과 전술적 색깔 부재가 도마에 올랐고 대회 기간에도 선발 기용과 교체 타이밍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경기는 너희가 지고 왜 기도는 국민이 하냐"는 팬들의 분노 섞인 말이 온라인을 달궜고, 스코틀랜드 레전드까지 "자격 없는 팀은 32강에 못 간다"고 독설을 날렸다. 이 모든 비판이 결국 현실이 됐다.
이번 대회는 48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다. 12개 조 1·2위 24개 팀뿐 아니라 조 3위 상위 8개 팀에도 32강 진출 기회가 주어졌다. 사상 유례없이 넓어진 관문이었다. 한국은 그 넓어진 문도 통과하지 못하고 짐을 싸야 하는 처지가 됐다. 2002년 4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가 쌓아온 '월드컵 본선 토너먼트'의 자존심은 이번 대회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홍명보호는 이제 멕시코 과달라하라 베이스캠프를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선수들이 흘린 땀과 팬들의 응원이 무색한 결말이다. 48개국 중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안고 돌아오는 이 장면은, 한국 축구가 다음 월드컵까지 4년 동안 뼈아프게 되새겨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