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에 ‘금메달’이 달렸다

2026 아시아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 남자 포환던지기(6kg) 경기에 참가한 박시훈 선수. 그는 20m65를 던져 기존 아시아 신기록(20m63)을 깨고 금메달을 땄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맑은 눈동자, 구릿빛 피부, 설레고 긴장되어 보이는 얼굴들. 지난 5월25일, 2026 아시아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을 만났다. 5월28일부터 5월31일까지 홍콩에서 개최되는 대회 출전을 위해, 선수들은 오랜 기간 새벽부터 잠들기 전까지 한 가지를 목표로 훈련하고 준비해왔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마쳤다. 기량은 그동안 갈고닦았고 지금 와서 뭘 더 할 건 없다.

대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 공들일 수 있는 것이 한 가지 있긴 있다. 훈련해온 것을 대회에서 제대로 구현해내려면 마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잡념이 없어야 망설임이 생기지 않고, 정한 목표에 준비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다. 두려움 없이 나 자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에 한계를 두지 않게 된다. 그간 훈련해 온 자신을 믿고, 긴장과 떨림, 두려움을 마주할 수 있다. 심리적인 요소에 승패가 바뀌고 개인 최고 기록, 메달이 달려 있다.

평정심을 위한 말

경기에 임하는 동안, 초인적 에너지를 낼 수 있으려면, 마음이 고요하게 집중된 상태가 유지되어야 한다. 잡념과 불안에 사로잡히면 온전하게 기량을 다 발휘할 수 없다.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마지막 기회인데, 그냥 안전하게 갈까?’ 마음에 균열이 생기고 자신을 의심하고, 최상의 흐름에서 비켜나게 된다. “그동안 수없이 연습했다. 해보자.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훈련해 온 자신을 믿어야 한다. 마음의 긴장은 몸으로 연결되고, 근육의 과긴장은 불필요한 힘 손실로 이어진다. 최상위 선수들의 경기 결과는 마음 상태가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마지막날, 남자 4x100m 릴레이 대표팀은 39초75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한육상연맹 제공

어떻게 하면 대회 동안 평점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팀 동료, 지도자, 가족, 친구와 나누는 말에 서로 공을 들여야 한다. 우리는 옆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 마음이 편해지고, 또 말 한마디에 기분이 상한다. 그 마음 상태는 신체 컨디션과 직결된다. 두려움, 무서움, 슬픈 기분, 화, 짜증에 반응하여 몸이 위축된다. 어떤 말을 들을 때 나는 마음이 편해지고 긴장이 풀릴까? 또, 어떤 말을 들으면 기분이 언짢아지나?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말을 하고, 기죽이는 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건넨 말 한마디,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결국 나에게 돌아온다. 들으면 엷게 미소가 지어지고 긴장이 풀릴 수 있는 말을 하자. 기분이 어색해지고, 가슴에 응어리지는 말, 사람을 위축시키는 말은 내뱉지 말자.

다른 사람과 나누는 대화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하는 말 또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순간을위해그동안 애쓰고 힘썼다, 해보자!” “그동안 늘했던 거다, 할 수 있다!” 스스로 격려하는 말은, 어려움을 마주하고 한계에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언어는 소리의 진동이며 파동은 에너지다. 식물도 듣는 말이나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생육과 성질이 달라진다. 내가 소리를 내어 자신에게 하는 말이 내 귀로 들어와 고막을 울리고 마음에 전달된다. “잘했다” “충분히 괜찮다” “OOO 화이팅!”과 같이 나에게 하는 말로 스스로를 격려하고 힘을 낼 수 있다.

나쁜 말에 상처받지 않으려면

“퇴근해도, 상사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 맴돌아요. ‘실망했다’ ‘이것 밖에 안 되냐?’ ‘팀장이 이 모양인데 팀원들이 대체 뭘 보고 배우겠냐?’ 깎아내리는 말에 마음이 상해요. 부정적인 감정이 언제 터질지 모르니까 감정을 차단해요. 마음이 긴장되고 불안하니까 뒷목이 뻣뻣하고, 두통, 허리 통증이 가실 날이 없어요.”

민진씨는 힘든 상황에도 나름대로 자신이 맡은 업무와 역할에 힘을 쏟았는데 윽박지르는 상사의 말에 힘이 빠진다. 몸이 천근만근이고 출근도 어려워져서 병원을 찾았다면서 ‘이렇게 해서 뭐하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한없이 처지고, 무기력해서 다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여자 멀리뛰기 결승에서 김수지 선수는 5m94 개인 최고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언어는 감정, 에너지가 담기는 그릇이다. 마음의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 언어에 실려서 나간다. 이별, 합격, 화재, 시험, 금메달 같은 단어를 들을 때, 우리는 ‘슬프다’. ‘기쁘다’. ‘무섭다’. ‘긴장된다’. ‘신난다’. 내면의 감정이 자극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고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기도 한다. 위협적인 말, 저속한 말, 욕설로 상대에게 두려움과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언어폭력이라고 한다. 잘못 쓰인 언어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무기가 된다. 돌팔매가 되어 마음을 멍들게 한다. 화살과 칼이 되어 마음을 찌르고 상처 낸다. 칼에 베인 상처는 봉합하고 시간이 지나면 아물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부정적인 말에도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들으며 상처받는다는 느낌을 순간 알아차려야 한다. ‘상대가 나쁜 감정, 부정적 에너지를 담아서 말로 쏟아내는구나’하고 알아차리고 있으면 말이 채찍, 칼이 되어 내 마음에 작용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마음을 주시하며 말을 들을 때는 마음에 안전거리가 확보되어 있어, 그 말과 에너지에 영향받지 않을 수 있다. ‘가슴이 아픈 느낌이다’, ‘저건 부정적인 에너지다’라고 알아차리고 방패로 활과 창을 막아내듯 그 말의 에너지가 마음에 작용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자신의 마음속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는 ‘저 사람은 늘 나를 화나게 하는구나’로 그치게 된다.

내 마음 알아차리기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으면, 내가 누군가에게 말할 때도,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이 마음이 아프겠다’는 걸 알고 부정적인 말을 하려다가도 멈출 수 있다. 내 마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간 긍정적인 말,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는 온화한 에너지는 상대의 마음에 작용하여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다. 사용하는 언어에 몸과 마음이 열린다. 또 사용하는 언어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에 달려 있다.

*홍콩 2026 아시아 U20 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은 첫날 남자 포환던지기(6kg)에서 15년 만에 아시아 U20 신기록(20.65m)을 달성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마지막날 남자 4x100m 릴레이 종목에선 39초75기록으로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타이(39초83)와 대만(39초86)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6개 등 총 12개 메달을 획득해 역대급 메달 수확 소식을 전해왔다.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는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뉴욕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2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7분30초다. 현재 삼성 서초사옥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사내 임직원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 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마음이 속상하고 힘들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데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내면을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새벽마다 달리며 지친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다.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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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ERIES/3322

김세희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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