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붕괴 거쳐 바이오·2차전지·AI까지…격동의 30년사
최근 소외되고 쪼그라들고 상대적 부진…새로운 도약 과제
[※ 편집자 주 = 코스닥 시장이 오는 7월 1일로 출범 30주년을 맞습니다. 1996년 7월1일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문을 연 코스닥은 그동안 수많은 부침 속에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코스피에 비해 상대적 부진을 보이면서 새로운 도약의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코스닥의 지나온 여정과 향후 과제 등을 총 3꼭지에 걸쳐 일괄 송고합니다.]

[제작 이태호]
(서울=연합뉴스) 이민영 기자 = 국내 벤처·혁신기업의 요람인 코스닥 시장이 내달 1일로 출범 30주년을 맞는다.
코스닥 시장은 지난 30년간 IT 버블 붕괴부터 바이오 열풍과 이차전지 랠리,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산업 변화의 한복판에 있었다.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코스닥은 체질 개선을 거듭하며 시가총액 약 479조원, 상장사 1800여개를 거느린 국내 대표 성장주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최근 코스피의 비약적인 성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부진한 모습을 보여 새로운 도약의 과제를 안고 있다.
◇ 파란만장 30년…천당과 지옥 오간 격동의 역사
코스닥 시장은 1996년 7월 1일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개장 초기 시가총액은 7조3천억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0억원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후반 IT 벤처 붐을 타고 가파르게 성장했다. 2000년 3월에는 지수가 2,834.40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점 뒤 하락은 가팔랐다. 글로벌 IT 버블 붕괴와 함께 지수는 급락했고, 2004년에는 지수가 최고치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00~400대까지 주저앉았다.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전 세계 증시를 강타하면서 그해 10월 사상 최저치인 261.19까지 밀렸다.
금융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코스닥지수도 바닥을 빠져나왔지만, 2010년대 중반 전체 증시가 박스권 장세를 지속하면서 코스닥지수도 2016년 무렵까지 400~700대의 지루한 박스권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7∼2018년 신라젠[215600]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주 랠리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 2018년 한때 920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2019년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임상 중단과 코오롱티슈진[950160]의 '인보사 사태'로 바이오주가 급락하며 코스닥 시장이 휘청였고, 설상가상으로 2020년 3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400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증시에 뛰어들면서 코스닥지수도 급속히 반등, 2021년 4월 20년여 만에 '천스닥'(코스닥 1,000)을 회복했다.
이후 2023년에는 에코프로비엠을 필두로 한 이차전지 열풍이 시장을 주도하며 한때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2024년에는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확산 기대감이 부각됐으나 하반기 미국 경기침체 우려 및 비상계엄 충격으로 변동성이 커졌으며, 지난해에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대책 기대감에 연간 기준 36% 수익률을 달성했다.
올해 들어서도 국민성장펀드 출시에 따른 코스닥 수혜 기대 등에 힘입어 지난 1월 26일 다시 1,000선을 돌파했고, 4월 24일에는 닷컴버블 시기였던 200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200선을 넘어섰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대형 반도체주 중심 장세가 펼쳐지며 자금이 코스피로 쏠리자 이달 들어 1,000선과 900선을 차례로 반납하고 현재는 850선을 나타내고 있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 30년간 코스닥 거래대금 3천434배 급증…시가총액 66배 성장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478조7천740억원으로 코스닥 시총 최초 집계일인 1997년 1월 3일(7조2천950억원) 대비 66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시장 저변도 크게 넓어졌다. 개장 초기 376개 수준이던 종목 수는 현재 1천822개로 5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거래 규모 확대 속도는 더욱 가팔랐다. 관련 통계 최초 집계 연도인 1997년 하루 평균 4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은 올해 평균 13조7천340억원대로 3천434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주도 업종도 시대에 따라 뚜렷하게 변해왔다.
1996년 초기에는 평화은행·기업은행 등 금융업이 중심이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LG텔레콤 등 통신주와 NHN[181710]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바통을 넘겨받았다.
2010년대에는 셀트리온, 카카오[035720] 등 바이오와 IT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시장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30주년을 맞은 현재는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086520] 등 이차전지 대형주와 알테오젠[196170], HLB[028300] 등 바이오 기업, AI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업 중심 시장에서 인터넷·통신, 이차전지·바이오로 중심축이 이동하며 한국 산업 구조 변화의 축소판 역할을 해왔다.
다만 외형 성장에도 최근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 중심 장세 속에서 코스닥시장이 국내 증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7천364조1천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코스닥 시가총액은 478조7천740억원으로 그 비중은 6.50%에 그쳤다.
앞서 25일에는 이 비중이 6.39%까지 내려가며 1999년 5월 12일(6.35%) 이후 27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 '이전상장 잔혹사'와 개인투자자 중심 시장…여전한 과제
코스닥의 증시 비중이 이처럼 급감하며 코스피와의 격차가 벌어진 것은 최근의 자금 쏠림 현상과 고질적인 우량주 이탈이 맞물린 복합적 결과다.
올해 증시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코스피 대형 반도체주로 시장 유동성이 대거 쏠린 데다, 코스닥의 기초체력을 떠받쳐야 할 우량 기업들이 연이어 자리를 옮기면서 코스닥의 입지가 한층 더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과거 엔씨소프트, 카카오, 셀트리온[068270], 엘앤에프[066970] 등 굵직한 주자들이 잇따라 코스피행을 택했다. 최근에는 코스닥 대장주인 알테오젠까지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이다.
개인 투자자 중심의 수급 구조도 시장의 취약 요인이다. 외국인과 기관 참여가 제한적이다 보니 특정 테마주나 작전성 수급에 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26일 정규장 마감 시점 기준 코스닥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매매 비중은 53.5%에 달했다. 외국인 비중은 32.8%, 기관은 12.9%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코스닥의 성패는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얼마나 시장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반기에는 코스닥 승강제 도입 방안이 구체화하고 부실기업 퇴출도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승강제는 코스닥 상장사를 프리미엄·스탠다드 등 단계로 나눠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려는 방안이다. 우량기업군을 별도 세그먼트로 묶을 경우 연기금 등 기관 자금 유입 기반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부실기업 퇴출 강화도 주요 변수다. 한국거래소는 다음 달 1일부터 주가 1천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상장폐지 요건을 시행한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천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주가 1천원 이상을 지키지 못하면 '주가 미달' 상태로 보고 상장 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코스닥 승강제 도입 등을 추진 중인 가운데 과거에는 코스피 이전이 성장 기업의 자연스러운 선택지였다면, 현재는 코스닥 내에서도 대표기업으로서 기관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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