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대통령과 여당이 충돌할 때…트럼프와 공화당의 엇박자

주택법·이란전·사법피해기금…곳곳서 트럼프-공화당 균열 조짐

예비선거서 영향력 과시하는 트럼프…임기 후반 리더십, 중간선거 결과에 달려

의회 찾은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미국 공화당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 중인 공화당 예비선거(경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들이 잇달아 승리했다.

빌 캐시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 같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공화당 현역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신예 후보들에 밀려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자신의 지지를 받은 후보들이 "259승"을 거뒀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이상 기류가 감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택 공급 확대법(21st Century ROAD to Housing Act)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처럼 초당적으로 합의해 지난 22∼23일 상·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미국의 주택난과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카드였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문제에 민감한 유권자들에게 양당 모두 내세울 수 있는 입법 성과이기도 했다.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예정됐던 서명식을 돌연 연기했다. 상원에 계류 중인 이른바 '유권자 ID법'(SAVE America Act·투표자격보호법)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이유였다.

공화당 지도부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다. 어렵게 통과시킨 민생 법안이 대통령의 요구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화당 지도부에 민주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적으로 종료해서라도 유권자 ID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공화당 지도부는 국회 관례를 깰 수 없다며 난색을 보여왔다.

이 사안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의 입장차는 당분간 쉽게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

이란전 결의안도 마찬가지다.

하원에 이어 상원도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전쟁 권한을 제한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 더해 공화당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가까스로 가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이란전 결의안 통과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찬성표를 던진 캐시디 의원에게는 "미치광이"(lunatic)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미 의회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법무부가 추진한 '사법 피해자 기금'을 둘러싼 논란도 공화당 내부의 균열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정부의 사법 무기화에 따른 피해자를 지원한다며 17억7천600만달러(2조6천억원) 규모로 기금을 추진했으나, 2021년 1·6 의회 폭동 가담자까지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 골수 지지자들이 수혜 대상이 될 것이란 논란 속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부 의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단됐다.

물론 이런 현상이 공화당의 본격적인 '탈(脫)트럼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상당수 의원은 그와의 정면충돌을 꺼린다.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것은 공화당 후보들에게 강력한 정치적 자산인 반면, 반대편에 서는 것은 사실상의 '정계은퇴'를 포함한 정치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권력의 유효기간은 존재한다. 헌법상 트럼프 대통령은 3선에 도전할 수 없고 임기는 2년 반 남았다. 공화당 의원들의 시선은 중간선거와 차기 대선으로 향하게 돼 있다.

임기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의원들은 대통령의 정치적 요구뿐 아니라 자신의 재선과 지역구 민심, '포스트 트럼프' 시대까지 함께 계산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중간선거 결과다. 공화당이 연방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는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 든다면 지금은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당내 이견이 더 공개적이고 구조적인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공화당 안팎에서 감지되는 미묘한 균열이 일시적인 불협화음에 그칠지, 아니면 임기 후반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지는 중간선거를 거치며 보다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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