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서 책 주겠다며 교사 직위 이용…학교장은 중과실로 보기 어려워"

대전지방법원 법정 전경 [촬영 이주형]
(대전=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대전 초등학생 살해 사건에서 교사 명재완(50) 뿐만 아니라 대전시도 유족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최근 나온 데에는 범행이 교사라는 직위를 이용한 '공무원 직무집행'과 밀접히 관련됐다는 판단이 있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20단독 송현직 부장판사는 최근 고(故) 김하늘 양 유족이 명씨와 대전시, 학교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명씨와 대전시가 공동으로 김 양 부모에게 각각 1억900만원을, 동생에게는 1천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학교장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앞서 김양 유족은 범행을 저지른 명씨뿐만 아니라 국가배상법에 따라 초등학교를 설치·운영하는 대전시, 학교장도 정신적 피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총 4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손해를 입혔을 때 배상해야 한다.
쟁점은 명씨의 범행이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는지였다.
대전시는 명씨의 살인 범행은 본래 직무와는 관련이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국가배상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설령 국가배상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학교안전공제회에서 위자료가 지급됐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씨의 범행이 공무원의 직무 집행과 관련이 있다며 대전시도 유족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우선 명씨가 교사로서 근무 시간에 교내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송 부장판사는 명씨가 "책을 주겠다"며 김양을 범행 장소인 시청각실로 유인한 것은 교사로서 학생에게 할 수 있는 통상적인 제안으로, 교사 직위를 이용한 행위라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당시 만 7세였던 김 양이 "책을 주겠다"는 교사의 제안에 다른 의도가 있으리라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살인 범행이 적어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직무 집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직무를 집행하면서' 한 행위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송 부장판사는 또 학교안전공제회 위자료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과는 취지나 목적이 다르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장의 중과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학교장이 명씨의 범죄 징후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을 때는 배상 책임이 있다.
송 부장판사는 "무고한 어린 초등학생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공간인 학교에서 원인도 모른 채 살해당한 충격적이고도 중대한 결과를 놓고 봤을 때 학교장의 대응에 아쉬움과 미흡한 면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당시 학교장에게 고의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학교장은 범행 닷새 전 명씨가 업무용 컴퓨터를 발로 차 깨뜨리거나 동료 교사를 폭행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이자 긴급 안전협의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해 명씨를 교무실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교육지원청에 명씨의 폭행 등에 대한 긴급 대응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는 등 학교 나름의 노력이 있었던 점, 교사가 학생을 살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학교장이 예견하기 어려웠던 점 등이 고려됐다.
명씨는 지난해 2월 대전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이던 김 양을 시청각실로 유인한 뒤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지난 4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파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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