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이 유일증거인 성범죄 사건, 2심 무죄 판결 배경은

성인화보사 前대표 '모델 성폭행' 혐의…1심 "심리적 지배해 성범죄, 징역 10년"

2심 "객관적 자료와 부합 않고 일관성 없어…간음·강제추행 무죄"

법원 로고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성인 화보 모델 대상 성범죄 사건이 2심에서 대부분 무죄로 뒤집히면서 법원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심 법원은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성인 화보 제작사 전 대표 A(51)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으나, 2심에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대폭 감형됐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한할 정도의 영향력을 실제 행사했는지와 유일한 핵심 증거인 피해자들의 진술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였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업계 1위 업체의 실질적 운영자이자 메인 사진작가였다는 점에 주목했다.

대부분 20대 초반인 신인 모델들이 'A씨 눈 밖에 나면 성공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는 종속적 관계가 형성됐다고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1심은 A씨가 위력을 행사해 이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반복적인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에선 단순히 영향력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피해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약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모델들이 A씨 업체와의 전속 계약 없이 다른 플랫폼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했고, 촬영 콘셉트와 의상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낸 점 등을 들어 1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술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역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물증이 없는 사건일수록 진술이 외부 영향 없이 독자적으로 형성됐는지, 객관적 증거와 부합하는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성범죄 피해자의 사후 행동이 일정한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피해자들의 행동 양상이 범행 경위와 자연스럽게 부합하지 않는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한 모델은 피해 당시 특정 의상을 입고 있었다고 진술했다가 해당 의상이 촬영물에 없자 날짜를 수정하는 등 진술을 여러 차례 바꾼 점이 지적됐다.

피해를 주장한 다른 모델들이 지인을 해당 업체에 모델로 추천하거나 피고인과의 성관계를 '디저트' 등의 은어로 표현하는 등 쉽게 설명되지 않는 정황들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업계에서 A씨에 대한 부정적 소문이 퍼지자 피해를 주장한 모델이 되레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싫다'며 A씨를 옹호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지 않거나 일관성이 없다고 보이는 측면이 있다"며 "진술만으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는 물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성범죄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증명'이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촬영물이 있는 성착취물 제작·소지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진술이 핵심 증거였던 피감독자 간음과 강제추행 등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결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검찰과 피고인 모두 아직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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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방 늙은이
    2026.06.2809:47
    판사마다 다 다르네 2심판사 잘만나서 다행이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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