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트럼프 2기 출범, AI의 발달, 기후변화 등 글로벌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는 매주 일요일 오전, 깊이 있는 시각과 예리한 분석으로 불확실성 커진 세상을 헤쳐나갈 지혜를 전달합니다.
방위산업의 중심축이 미사일·전투기·항공모함 같은 전통적 하드웨어에서 AI 소프트웨어, 자율 시스템, 우주·해양 감시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메가딜'이 이 흐름을 압축해 보여준다. 올해 5월 안듀릴은 스라이브캐피털 등으로부터 50억 달러 규모 시리즈 H 투자를 유치했고, 기업가치는 61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1년 전 305억 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AI 기반 자율 전투 시스템 개발사 쉴드AI는 어드벤트 인터내셔널과 JP모건체이스가 주도한 15억 달러 규모 시리즈 G 투자를 유치하며 127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블랙스톤이 주도한 5억 달러 우선주 투자까지 더해 총 조달 규모는 20억 달러로 커졌다. 해상 무인 시스템 스타트업 사로닉은 지난 3월 클라이너퍼킨스가 주도한 17억5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D 투자에서 92억50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다만 이 시장은 아직 안정적 수익산업이라기보다 고성장·고비용 산업에 가깝다. 안듀릴은 2026년 약 12억 달러의 영업손실을 예상하고 있으며,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 시점은 2030년으로 전망된다. 방산 테크 기업은 벤처기업의 성장 속도와 방위산업의 긴 회수 기간을 동시에 안고 있다.
[선데이 모닝 인사이트]는 방산 스타트업의 급격한 성장세 배경인 미국과 유럽의 군비 증강, 조달 구조 변화, 이를 따라가는 자본시장의 흐름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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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변화가 투자 지형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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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방산 테크 투자 사이클의 배경이 아니라 직접적 촉매였다. 전쟁은 드론, 전자전, 위성 정보, AI 기반 표적 식별, 자율 시스템이 고강도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줬다. 실험실과 훈련장에서 검증되던 기술은 이제 전장 피드백을 통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디펜스 그룹(SVDG)은 "어떤 시험장이나 조직도 재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기술이 지속적인 전투 상황에서 진화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전장에서 중요한 것은 장비 한 대의 성능만이 아니다. 센서가 데이터를 모으고, AI가 판단을 보조하고, 자율 시스템이 빠르게 움직이며, 소프트웨어가 위협 변화에 맞춰 업데이트되는 전체 체계가 중요해졌다. 기존 대형 방산업체는 대형 플랫폼과 장기 프로그램에 강하지만, 빠른 소프트웨어 반복과 저비용 자율 시스템 개발에서는 스타트업이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
방산 테크 투자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히 전쟁으로 국방비가 늘었기 때문만이 아니다. 전쟁이 어떤 기술이 실제로 필요한지를 바꿨기 때문이다. 팔란티어, 쉴드AI, 안듀릴 같은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팔란티어의 고담 플랫폼은 미 국방부 도입 이후 고수준 보안 인증을 확보했다. 쉴드AI의 하이브마인드는 미 공군 협동전투항공기 프로그램에 채택되며 자율비행 소프트웨어 공급사 지위를 확보했다. 안듀릴의 래티스 AI는 미 육군과 10년, 최대 200억 달러 규모 협약을 맺으며 대규모 조달 프레임워크 안으로 들어갔다.
방산 테크 생태계가 일반 벤처 생태계와 다른 이유는 수요 구조에 있다. 일반 스타트업은 시장에서 고객을 찾고 수요를 검증한다. 반면 방산 스타트업의 수요는 정부가 정의한다. 정부가 사고, 정부가 허가해야 수출도 가능하며, 정부 예산 주기가 매출 시점을 결정한다. 이 구조는 과거 방산 스타트업을 고위험 투자처로 만들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기술 요구가 소프트웨어·자율 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정부가 스타트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 '방위 및 이중용도 기술 투자의 급증은 글로벌 AI 경쟁을 어떻게 재편할 수 있는가'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저비용 자율 시스템이 고비용 전통 무기 플랫폼을 체계적으로 압도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규모 있게 입증한 사례"로 규정했다. 이 교훈이 미국·나토·아시아 주요국의 예산 결정과 조달 우선순위를 동시에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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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가 만든 벤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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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방산 테크 생태계의 강점은 세 가지다. 세계 최대급 단일 고객인 국방부, 실리콘밸리와 사모자본시장의 자금 공급 능력, 그리고 스타트업이 국방부와 접촉해 실증과 계약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제도적 통로다.
다만 초기 실증과 대규모 양산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크다. 프로토타입 계약은 빠르게 체결될 수 있지만, 정식 프로그램 편입, 예산 승인, 장기 생산계약, 보안 인증, 군별 요구조건 조정은 훨씬 느리다.
이 병목을 줄이기 위한 제도 개편도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4월 서명한 행정명령 14265호('방위 획득 현대화 및 방위산업 기반 혁신 촉진')는 상용 솔루션 우선 활용과 기타거래권한(OTA) 확대를 지시했다. 일반 연방조달규정보다 유연한 계약 방식을 활용해 민간 기술을 더 빨리 군 실증과 조달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서 의회는 전략자본실(OSC)을 직접 자본 배분 기관으로 재정의하고, 31개 대상 기술 분야에 걸쳐 대출·대출보증·기술지원을 제공할 권한을 부여했다. 첫 장비금융 프로그램은 핵심 기술 분야 기업들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직접 대출을 제공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4월 경제방위부서(EDU)도 공식 출범시켰다. 금융시장·산업정책·군사전략이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조직으로, 2027 회계연도 예산 요청에 연구개발시험평가 예산 5억9300만 달러가 포함됐다. 중국과의 경쟁이 단순한 군사력 충돌을 넘어 자본 흐름, 공급망 의존성, 산업 역량의 문제로 확장됐다는 인식이 이 제도 변화의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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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전략적 자율성과 공급망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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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미국과 비교할 때 세 가지 구조적 차이가 있다. 첫째, 고객 구조다. 미국은 국방부 중심의 단일 조달 구조인 반면, 유럽은 조달 권한이 27개 회원국 정부에 분산돼 있다. 스타트업이 상대해야 할 고객이 파편화돼 있어 계약 진입 비용이 높다.
둘째, 자본 성숙도다. 미국은 블랙스톤·JP모건 같은 대형 사모자본이 메가딜을 직접 리드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유럽 방산 테크 스타트업의 올해 투자 유치 총액은 4억6000만 달러로, 미국의 단일 딜(안듀릴 50억 달러)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익스페디션스 같은 방산 전문 펀드가 최근 등장하고 있지만, 유럽의 방산 전문 자본은 아직 초기 형성 단계라는 평가를 받는다.
셋째, 방산 혁신의 동인이 다르다. 미국의 핵심 동력은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다. SVDG는 경제방위부서(EDU) 출범을 "중국과의 경쟁이 순수하게 군사적 충돌만의 문제가 아니며, 자본 흐름·공급망 의존성·산업 역량 자체가 전투 수행 변수라는 인식의 반영"으로 해석했다. 반면 유럽의 동인은 러시아 위협과 미국 의존도 탈피로 요약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안보를 미국과 나토 구조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현실을 확인했고, '전략적 자율성'이 방산 스타트업 투자 확대의 명분이 됐다.
미국이 AI 기반 지휘통제와 자율 시스템에 집중한다면, 유럽은 탄약 생산, 공급망 내재화, 위성·전자전 인프라 확보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2024년 2조4800억 달러에서 2025년 2조63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은 2035년까지 GDP의 5%를 방위·안보 관련 지출에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이 중 3.5%는 핵심 방위비, 1.5%는 사이버·인프라·공급망 등 안보 관련 지출이다.
자본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FT 보도에 따르면 핀란드·폴란드 합작 위성 제조업체 ICEYE(아이시)는 지난 6월 4억5000만 유로 규모의 시리즈 F 투자를 유치했다. 기존 주주 지분 매각 등 세컨더리 거래를 포함한 전체 거래 규모는 10억 유로를 넘었고, 기업가치는 100억 유로 이상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2월 조달 당시 평가액의 네 배 수준이다. 아직 완료되지 않은 대형 투자 건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방산 AI 기업 헬싱은 약 180억 달러 기업가치로 12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무인기 업체 스타크도 최소 3억 유로 투자 유치를 논의 중이며, 기업가치는 약 25억 유로로 거론된다. 영국 무인 해상 시스템 스타트업 크라켄 테크놀로지도 약 10억 달러 기업가치로 1억 달러 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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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구조와 대형 방산업체의 역할도 달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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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방산 투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모펀드가 핵심 자본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블랙스톤, JP모건, 어드벤트 인터내셔널, 클라이너퍼킨스 같은 대형 자본이 메가딜의 공동 리드 투자자로 직접 나섰다. 어드벤트 인터내셔널은 쉴드AI(20억 달러)와 사로닉(17억5000만 달러)에 연달아 투자하며 방산 테크에 최대 10억 달러 투자를 약정했다.
이 변화는 스타트업과 기존 프라임 방산업체의 관계가 경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스타트업은 AI, 자율화, 소프트웨어에서 빠르게 움직인다. 프라임은 대형 무기체계 통합, 양산, 인증, 장기 유지보수에서 강점을 갖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방산 기술 혁신과 산업기반' 리포트에서 방산 테크 생태계가 스타트업 대 프라임의 대결 구도가 아니라 기술 개발과 시스템 통합의 역할 분담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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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VC의 다른 엑시트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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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스타트업의 엑시트 구조는 일반 벤처와 다르다. 일반 스타트업은 제품이 시장에서 수익성을 입증한 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으로 자본을 회수한다. 방산 스타트업은 정부 계약 수주 자체가 기업가치의 근거가 된다. 정부가 수요를 정의하고, 정부가 구매하며, 수출도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정부 계약 수주는 기술 검증, 매출 가시성, 정치적 신뢰도를 동시에 제공하고, 그 발표가 후속 투자와 엑시트 타이밍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일반 SaaS 기업의 연간 반복 매출(ARR) 기반 밸류에이션과 전혀 다른 구조다.
이 구조는 IPO 타이밍도 바꾼다. 매출이 빠르게 늘어도 대규모 연구개발, 생산설비, 인증, 장기 납품능력 확보에는 막대한 선행투자가 필요하다. 전통적 IPO 기준인 단기 수익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듀릴 CEO 브라이언 쉼프가 "공개 기업이 되면 운영 집중력이 분산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생산이지 분기 실적 발표가 아니다"라고 밝힌 배경이다.
그 공백을 세컨더리 투자와 크로스오버 자본이 메운다. 블랙스톤, 어드벤트 같은 대형 사모자본은 초기 투자자와 임직원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면서 사실상 IPO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 록히드마틴, RTX 등 기존 프라임의 CVC 투자도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향후 전략적 인수나 공급망 편입을 염두에 둔 포지셔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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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완제품 수출 호조 뒤의 생태계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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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 신안보 혁신기업 육성 전략회의'를 열고 정부가 AI·드론·우주항공 등 신안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고 성공하면 성과를 공유하는 '한국형 인큐텔(IQT)'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AI, 드론, 우주항공, 사이버 보안 등 첨단 안보 분야 스타트업을 길러내 2030년까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 신안보 기업 5곳과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 50곳을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 "현대의 안보 환경은 기술이 승패를 가르는 기술 안보 시대로 바뀌었다"며 "전장은 지상·해상·공중을 넘어 우주와 사이버·AI로 무한히 확장되고 있고 첨단 반도체와 드론·로봇·인공위성·네트워크 등 민간의 첨단 혁신기술이 국가 안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열쇠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는 K-방산 무기 수출은 역대 최대급 호조세를 이어가지만 AI 자율무기, 무인체계, 소프트웨어 중심 전쟁으로 전환되는 국면에서 한국의 적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방위산업은 K2 전차, K9 자주포, FA-50, 천궁-II 등을 앞세워 완제품 수출 경쟁력을 입증했다. 방산 수출 계약액은 2022년 173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2023년 135억 달러, 2024년 95억 달러로 줄었지만 2025년에는 154억 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2026년 한국 방산 수출이 최대 270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 중동 천궁-II·정비사업, 중남미 함정 수출 등 대형 사업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완성 무기 수출에서 성과를 냈지만, AI·자율체계·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정부 조달과 민간 자본, 대기업 프라임, 스타트업을 연결하는 생태계 설계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한국 정부도 국방혁신 4.0을 통해 AI·무인·로봇 기반 과학기술 강군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방산 스타트업이 군 실증, 보안 인증, 조달 진입, 대기업 협력, 양산, 수출 허가로 이어지는 전용 성장 경로는 아직 충분히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벤처투자는 약 11조9000억 원 규모로 집계됐지만, 방산 스타트업이 독립적인 투자 카테고리로 대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처럼 정부 계약이 곧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기업가치가 다시 대형 민간 투자와 세컨더리 시장을 만드는 구조도 아직 제한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민간 자본이 군사 공급망에 구조적으로 통합되는 흐름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일시적 투자 붐이 아니라 제도·조달·자본시장이 동시에 재편되는 '삼중 전환'이 진행 중이다. 한국 역시 완제품 수출 경쟁력을 넘어, 민간 자본과 스타트업, 대형 방산업체, 군 실증 체계를 연결하는 방산 테크 생태계 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