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앤트로픽 꿈꾸는 즈푸AI[차이나는 중국]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중국 인터넷중국 AI 스타트업 즈푸AI가 연일 급등하면서 시가총액 1조홍콩달러(약 196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지난 13일 즈푸AI가 최신 모델 GML 5.2의 전면 공개를 발표한 영향이다. 발표 시점도 미묘하다. 앤트로픽이 미국 정부의 요구로 최상위 모델 '미토스5'와 '페이블5'에 대한 외국인 접속을 차단한 직후다. 발표 후 첫 거래일인 15일 즈푸AI 주가는 장중 한때 47.7% 폭등했으며 32.8% 오른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에도 즈푸AI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최고 2980홍콩달러를 찍은 후 약 2200~2300홍콩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8일 116홍콩달러에 상장한 주가가 반 년도 안 돼 20배 가까이 폭등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즈푸AI가 미국 앤트로픽에 맞설 대항마로 부상하기를 염원하는 목소리가 크다. 작년 중국 AI 칩 업체 캠브리콘이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며 주가가 급등한 데 이어 올해는 즈푸AI가 중국판 앤트로픽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즈푸는 홍콩증시에 이어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상장도 준비 중이다.

글로벌 코딩 2위를 차지한 즈푸AI

글로벌 AI 코딩 평가 플랫폼 코드 아레나 순위/그래픽=윤선정미국 UC버클리대 연구진이 운영하는 AI 코딩 리더보드 '코드 아레나'(Code Arena) 순위에서 즈푸AI의 GLM 5.2가 1595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를 차지한 클로드의 페이블5는 사용이 제한돼 사실상 공개 모델 중 1위다. 탕제 칭화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2019년 창업한 즈푸AI가 글로벌 AI 판도를 뒤흔든 것이다.

즈푸에 따르면 GLM 5.2는 장시간 작업에 특화되어 설계됐으며 100만개 이상의 토큰을 문맥 손실없이 한 번에 입력하고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주요 프로그램 벤치마크에서 오픈소스 모델 중 SOTA(현존 최고 성능)급 AI로 평가받으면서 앤트로픽의 최신 모델 클로드 오퍼스 4.8과 견줄만한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 즈푸의 GLM 5.2가 호평 받으면서 제2의 딥시크 모먼트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코드아레나 상위 15개 모델 중 미국 기업으로는 앤트로픽(8개), 메타(1개), 구글(1개)이 이름을 올렸다. 즈푸가 2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기업에서는 즈푸(2개), 알리바바(1개), 문샷AI(1개), 미니맥스(1개)가 순위에 진입했다. 미국과 차이가 크지만, 중국도 만만찮은 경쟁자임이 드러난다.

특히 AI 기업들의 경쟁에서 핵심 요소로 부상한 코딩 분야에서 즈푸가 2위를 차지한 점이 중요하다. 코딩에 강점을 가진 앤트로픽은 선발주자인 오픈AI를 기업가치와 연환산 매출(ARR)에서 모두 뛰어넘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470억달러 수준이며 기업가치는 9650억달러에 달한다.

즈푸AI와 미니맥스의 엇갈린 운명

즈푸AI와 미니맥스 주가 추이/그래픽=윤선정올해 1월 비슷한 시기에 홍콩증시에 상장한 즈푸와 미니맥스의 행보도 비교할만 하다. 상장 초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미니맥스의 상승폭이 컸지만, 지난 2월부터 오픈클로(Openclaw)로 인해 AI 에이전트 열풍이 불면서 양사의 운명이 달라졌다.

작년부터 코딩 분야에 집중 공략한 즈푸가 급등하기 시작한 반면, 앤트로픽이 자사 모델을 증류해 클로드의 기능을 추출했다고 비난한 미니맥스는 하락을 면치 못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AI 코딩 스타트업 커서를 60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기업용 AI 시장에서 AI 코딩 에이전트의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즈푸는 앤트로픽의 사업모델을 벤치마킹하면서 코딩과 서비스형 모델(MaaS, Model as a Service)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MaaS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호출 방식으로 AI 모델을 제공하고 사용한 만큼 과금한다. 지난 3월 기준 즈푸의 ARR은 17억위안(약 3840억원)으로 1년 만에 60배 늘었다. 작년 즈푸 매출은 7억2400만위안(약 1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지만, 막대한 연구개발비 지출로 31억8200만위안(약 72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 5대 AI 스타트업과 이들의 몸값이 뛰어오른 이유

중국 주요 AI 스타트업/그래픽=윤선정현재 중국에서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주요 AI 스타트업은 딥시크, 즈푸AI, 미니맥스, 문샷AI, 스텝펀 등 5곳이다. 지난 1월 즈푸AI와 미니맥스가 홍콩증시에 상장한 이후, 비교기준이 생기면서 비상장 AI 스타트업들의 자금조달도 용이해졌다.

올들어 중국 AI 스타트업 가치가 뛰어오른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즉 △AI 국산화 추세와 중국 대형언어모델에 대한 신뢰 △상장 AI 스타트업의 주가 급등 △토큰 소모량 급증에 따라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의 가성비 전략의 유효성 입증이다.

지난 5월초 문샷AI는 200억달러의 기업 가치로 20억달러를 조달했다. 2월말에 인정받은 80억달러의 기업가치가 두 달여 만에 2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최근 딥시크도 74억달러를 신규 조달하면서 50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창업자인 량원펑은 약 30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업계에서는 딥시크가 인재쟁탈전이 격화되자 자사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모델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분석했다. 스텝펀도 25억달러를 조달한 후 홍콩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즈푸의 급등은 작년 AI 칩 업체 캠브리콘이 GPU 국산화라는 중국인들의 열망을 업고 급등한 사례를 연상케 한다. 중국인들이 캠브리콘을 중국판 엔비디아라고 부르며 엔비디아에 맞서기를 기대했다면 이제 즈푸가 앤트로픽의 대항마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캠브리콘과 즈푸가 엔비디아, 앤트로픽과 차이가 크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국의 기술자립, 그리고 소버린 AI를 위한 열망은 그만큼 강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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