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오는 25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 32강에 진출하면 192억 원을 확보하게 된다. 경제적 측면에서 이제 월드컵은 각국 대표팀의 상금 획득 경쟁의 무대로 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경기력이 좋아야 한다. 경기력에는 여러 측면이 있지만 북중미 월드컵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부분은 각국 대표팀 선수들의 인종적 다양성이다.
이번 월드컵은 '디아스포라(이주민) 월드컵'으로 불린다. 지난 10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48개 월드컵 본선 참가국 선수들 가운데 무려 24%가 해외 출생 선수다. 이 수치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1994 미국 월드컵의 9%에 비하면 13%포인트나 증가했다.
여기에 각국 대표팀 스쿼드에는 이민 세대 선수들도 대거 포함돼 있다. 이들까지 포함하면 월드컵 참가 선수 중에 30% 정도가 다문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퀴라소의 경우 해외에서 출생한 선수가 무려 96%를 차지한다. 스페인, 우루과이와 연거푸 무승부를 거두며 화제의 팀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보베르데도 해외 출생 선수의 비율이 65%다.
또한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4강에 올랐던 모로코는 26명의 북중미 월드컵 스쿼드 가운데 19명이 해외에서 출생했다. 이들 중에는 모로코를 분할 지배했던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출생한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에서도 브라질과 무승부를 거두며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모로코 축구를 '디아스포라의 산물'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프랑스는 북중미 월드컵에 나선 각국 대표 선수들의 공장으로도 불린다. 프랑스에서 출생한 다양한 혈통의 선수 76명은 알제리, 세네갈 등에서 대표 선수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각국 대표팀의 인종적 다양성은 경기력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2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월드컵 대표팀 내에 해외 출생 선수가 늘어나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 확률이 높아졌다.
1970년부터 2018년 월드컵까지 자료를 분석한 이 논문은 "대표팀에 해외 출생자가 1명 늘어나면 월드컵에서 0.15 경기를 더 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한 경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분석도 이와 비슷하다. 월드컵 대표팀의 인종적 다양성이 증가할 수록 득점은 많아지고 실점은 줄어든다는 게 이 논문의 결론이다.
해외 출생 선수 풀이 풍부한 팀은 월드컵에서 유리한 면이 있다. 자국 내에서만 대표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선수 확보라는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모로코와 같은 아프리카 팀에 해외 출생 선수는 중요하다. 축구 선수가 되는 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유럽에서 성장한 선수를 자국 대표팀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포지션 별로 선수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한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 선수들이 대거 활약하고 있는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과 같은 유럽 팀은 선수 구성에 있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북중미 월드컵 대표팀 내에 다문화 선수가 각각 1명씩 밖에 없다. 한국에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가 있으며 일본에는 가나 혈통의 아버지를 둔 골키퍼 스즈키 자이온(24·파르마)이 존재한다.
북중미 월드컵이 디아스포라 월드컵 인 점을 고려하면 두 팀의 다문화 선수 비율은 낮은 편이다. 대조적인 부분은 일본의 스즈키 자이온이 골키퍼로 계속 선발 출장을 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카스트로프는 아직 월드컵 데뷔를 못했다는 점이다.
카스트로프는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출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금까지 카스트로프가 출전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수비 불안 때문이었다. 공격 성향이 강한 카스트로프는 소속팀에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남아공과의 경기에서는 한국이 공격적인 축구를 할 가능성이 많다. 그런 점에서 1대1 볼 다툼에서도 강하고 공격 연계 플레이도 좋은 카스트로프가 멕시코 전에서 답답한 모습을 보였던 홍명보호의 새로운 카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 경기에서 해외 출생자는 각국 대표팀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이 통계가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적용되려면 카스트로프는 벤치가 아닌 그라운드에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