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이 월드컵에 도착한 순간부터 긴장감을 느끼고 있다.”
이란 남자축구 대표팀 주장 메흐디 타레미는 대회 공동 개최국인 미국과 전쟁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이란 대표팀이 힘겨운 월드컵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타레미는 아미르 갈레노에이 대표팀 감독과 15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잉글우드에 있는 로스앤젤레스 경기장에서 사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란은 오는 16일 뉴질랜드와 G조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사전 기자회견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묻는 자리이지만, 이날은 기자회견장이 꽉 찰 정도로 취재진이 몰리며 이란 대표팀이 처한 상황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에이피(AP)에 따르면, 이란 선수들은 지난 13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있는 훈련 기지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도착했다. 티후아나는 미국 국경 너머에 위치해 있으며, 16일 뉴질랜드와 조별리그 개막전을 치를 경기장에서 약 140마일(225km) 떨어져 있다. 이란 대표팀은 애리조나 투손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었지만, 전쟁 발발 이후 비자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훈련 장소를 티후아나로 바꿔야 했다.
이란 대표팀 지원 인력 가운데 4명만 미국 입국이 허가되어 핵심 지원 인력 없이 북중미월드컵을 치러야 하는 등 이후에도 어려움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은 1·2차전을 모두 로스앤젤레스에서 치르는데, 경기 때마다 미국에 잠깐 왔다가 끝나면 나가는 식으로 대회를 소화해야 한다.
타레미는 “우리만 이런 일을 겪은 게 아니라고 알고 있다. 여러 나라가 비자 문제를 겪었고, 훈련 캠프 일정도 변경됐다. 이런 긴장은 기쁨을 약화하고, 피파(FIFA)와 우리 국민의 메시지, 즉 축구가 평화를 가져온다는 메시지를 훼손한다”며 “보통 사람들은 월드컵을 기다리며 설렘을 느끼지만 우리는 이번엔 그런 감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번 월드컵은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질 수 있었던 대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월드컵에서 어떤 팀을 응원하든, 모든 팬들이 더 나은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대회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갈레노에이 감독은 “축구는 국가와 문화를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가 이기든 지든 그것은 개인적인 감정일 뿐, 축구라는 스포츠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들이 우리 팀의 전술적 집중력에 영향을 미쳤지만, 저는 선수들이 전략과 기술에 집중하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도시 중에서도 이란계 인구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이란계 이민자들은 대부분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축출하고 권력을 잡은 지금의 이란 정권에 반대하고 있다. 이란의 첫 번째 경기가 16일 이란계 미국인들이 경기장 앞에서 반정부 규탄 시위를 개최한다고 예고했다. 이란 혁명 이전 시대 국기가 경기장 안에 반입될 가능성도 나온다.
타레미는 “우리는 모든 이란인을 위해 경기한다. 사람들은 각자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곳에 있다. 어디에 살든 모든 이란인에게 기쁨을 전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축구를 하려고 이 자리에 있다”고 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