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을 앞둔 미국과 이란이 세부 내용을 놓고 각자에게 유리한 아전인수식 주장을 펴고 있다. 전체적인 합의는 미국의 이란 핵 활동 규제 강화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단계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미의 관심사는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 관련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합의는 내일(14일) 서명될 예정이며, 서명 직후 호르무즈해협은 모두에게 개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요구하는 호르무즈해협의 통제권과 통항 비용 부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통제권과 비용 부과 등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 확보를 주장한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제법상 인정된 사항”이라며 “핵심은 연안국인 이란이 오만과 협력하여 호르무즈해협의 통항과 안전을 관리하기 위한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통제권 확보에 그치지 않고 통행료 부과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복수의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해협 관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향후 60일의 협상 기간 동안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국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합의 내용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않고,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 내에서 희석하거나 미국으로 반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미국 고위 당국자는 “현장에서 농축우라늄을 파기한 뒤 국외로 반출한다”는 내용이 합의문에 담겼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란 쪽이 밝힌 핵 문제 관련 내용은 미국보다 단출하다. 전날 이란 반관영 메르 통신은 자체 입수한 종전 양해각서를 근거로 핵문제에 대해 60일 동안 협상을 진행하고, 이란이 핵무기 비보유를 재확인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제재·동결자산 해제와 배상금 문제를 두고도 시각 차이가 적지 않다. 메르 통신이 보도한 양해각서 초안엔 240억달러(36조원)의 국외 이란 동결자산 해제가 포함되고, 이중 절반은 양해각서 체결과 동시에 해제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미국이 60일 동안 이란의 금융, 원유·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제재를 중지하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3000억달러(455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미국에선 이란의 ‘협상 즉시 동결자산 해제’ 주장을 부인한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내부 강경파 설득을 위한 선전용”이라며 “이란은 양해각서 서명이나 협상 자체만으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란이 핵물질을 넘기면 일부 경제적 보상을 받고, 핵 프로그램이나 핵 시설을 해체하는 등 구체적인 의무를 이행할 때 단계적으로 경제 제재 완화와 자금 동결 해제 등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60일간 협상에서는 고농축 우라늄 폐기와 반출 방식,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복원, 제재 완화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알자지라는 “양국은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와 최종 목표를 섞어 놓았다”며 “자국민들과 국제 사회를 설득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크다. 양해각서는 단지 첫발일 뿐이며, 복잡한 문제들은 이후 60일간 논의될 것”이라고 짚었다.
김지훈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