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니코틴 규제 사각지대에 신분증 도용 우려도
트렌디한 조명·음악에 청소년 유혹…"위험성 인지·학습 필요"

[촬영 정윤주]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서울 용산구 번화가 대로에 자리한 24시간 무인 전자담배 매장.
세계 금연의 날(5월 31일)을 이틀 앞둔 지난 29일 오후 찾은 매장은 노란 간판과 형광 조명, 아이돌 안무 영상이 끊임없이 나오는 대형 화면으로 멀리서도 눈길을 끌었다.
매장 반경 290m 안에는 초등학교가 있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교육환경법)은 유치원과 초·중·고교 경계로부터 200m 이내에 전자담배 판매기 등 담배 자동판매기 설치를 금지하고 있지만, 단 90m 차이로 법을 비껴간 것이다.
기자가 매장을 지켜보던 시간에도 하교하던 학생들은 음악과 조명에 이끌리듯 매장 안을 들여다봤다.
출입 전 성인 인증을 해야 하는 일부 매장과 다르게 입장에 제한이 없었고 상주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내부에는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담배 판매 금지'라는 문구가 있었지만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았다.
키오스크는 구매 단계에서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인증 등을 요구했지만 얼굴 인식 같은 추가 확인 절차는 없었다. 부모 신분증이나 타인의 신분증을 몰래 이용하더라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촬영 정윤주]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오래전부터 전자담배 대리 구매가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수수료를 받고 전자담배를 대신 구매해주겠다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성인 인증 없이 구매 가능한 온라인 판매처를 공유하는 사례도 찾을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을 제작해주겠다는 광고 글도 게시됐다.
몰래 흡연하는 청소년 사이에서는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가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멘톨, 과일, 초콜릿 등 특정한 맛과 향이 들어간 액상 제재를 첨가한 형태다.
립스틱이나 펜처럼 생겨서 흡연 사실을 숨기기 쉽고, 일반 담배 냄새 대신 향이 난다는 점에서 청소년들 사이에서 거부감이 적기 때문이다.
2년 넘게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이모(18) 군은 "궐련형 담배는 옷과 손에 냄새가 배지만 전자담배는 피워도 티가 안 난다"며 "필통에 넣고 다니면 들키지 않아 짬 날 때마다 피우게 된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정부는 지난달 24일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도 담배로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 담배사업법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액상 전자담배를 제조·수입해 판매하려면 허가받아야 하고 온라인 판매와 미성년자 대상 판매도 금지됐다.
다만 청소년이 도용한 신분증으로 무인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까지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유사 니코틴이나 무(無)니코틴 전자 담배를 판매할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과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신종 합성 화학물질이다. 일부 매장은 이를 안전한 제품으로 홍보하지만 학계에서는 중독성과 위험성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단속 과정에서 업주가 유사 니코틴 제품이라고 주장하면 제재도 쉽지 않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학교 주변 무인 담배 매장과 자판기가 아이들을 현혹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아무리 법을 개정해도 법망을 빠져나갈 여지가 많다"고 했다.
이어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사 화학 물질 때문에 마약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며 "청소년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도 전자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에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학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jung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