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재정으로 경기 회생…반도체 슈퍼사이클 맞물려 단숨에 '8천피' 돌파
대미 관세협상 넘어 '핵잠' 성과…중동발 위기에 공급망 다변화로 대책 모색
극심한 국론분열 속 정치적 타협 실종…"모두의 대통령" 위한 국민통합 과제
'삼전닉스 호황' 이면에 3高·K양극화·집값…국제질서 급변·남북관계도 숙제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2025.6.4 [국회사진기자단] [THE MOMENT OF YONHAPNEWS]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첫날이던 지난해 6월 4일, 새 정부의 첫 인선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로 텅 비어있던 용산 대통령실의 황량한 풍경을 묘사했다.
흔들리는 민주주의, 침체한 민생 경제, 급변하는 대외 여건 속에 국정이 방치돼 있었다는 점을 새삼 확인하며 위기의식을 드러낸 표현으로도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위태로운 마음을 안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첫 1년이 지나갔다.
지난 1년은 인수위조차 없던 환경에서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5년의 청사진을 그리고, 무너진 질서를 정상화하면서 새 도약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간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새 정부의 항로가 어떻게 설정됐는지는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함축돼 있다.
공식적인 정부 별칭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은 임기 첫날부터 이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정부의 성격과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불법 비상계엄을 시민이 막아낸 '빛의 혁명'을 체현한 정부로 정체성을 규정하고,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섬기며 주권자의 의지를 실시간으로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서울=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충북 충주시건강복지타운 그냥드림 사업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2.11 [청와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에 이재명 정부는 민주적 헌정 질서를 위협한 비상계엄 사태를 완전히 극복하는 데 힘을 쏟았다.
3대 특검과 2차 종합특검으로 이어진 수사와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통해 소위 '내란 사건'의 공모자들을 단죄하고 공직사회에도 그 동조자가 있었는지 단속했다.
최초의 문민 출신 국방부 장관을 임명해 계엄의 손발이 됐던 군을 쇄신하고 입법을 통해 '윤석열 사단'의 발원지였던 검찰청을 폐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개혁도 서둘렀다.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겠다는 의지는 이 대통령이 주도한 '생중계 국정'으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7월부터 국무회의의 토론 내용을 실시간 생중계로 모두 공개하고 있다. 주권자에게 국정 운영을 투명하게 알리고 소통해야 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조치였다.
이후 연말 정부 업무보고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어느새 생중계 국정은 파격적 실험을 넘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정착돼 가는 단계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
민생·경제의 영역에서도 비상계엄의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재도약의 기반을 닦는 작업이 병행됐다.
정부 출범 한 달 만에 31.8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마련하는 등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활력을 잃어가던 민생경제에 급히 온기를 불어넣었다.
동시에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왜곡된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고, 인공지능(AI) 3대 강국과 에너지 대전환 등 비전을 앞세워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이런 정책의 효과와 세계적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이 맞물리면서 이 대통령 취임 때만 해도 2,500선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는 1년 만에 세 배 이상 올라 8,000선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수출액이 사상 처음 연간 7천억 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9천억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 역시 당초의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80포인트(2.55%) 오른 8,047.51에 장을 마쳤다. 2026.5.26 yatoya@yna.co.kr
이재명 정부는 대외적으로도 국제 무역·안보 질서의 격변이라는 악조건 속에 출범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이며 자유무역 질서를 뒤흔들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중·러 밀착이 가속화했다.
이 대통령은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을 나침반 삼아 국제질서의 풍랑을 헤쳐 나가려 했다.
늦은 출발에도 '경쟁국들보다 불리하지는 않은 조건'으로 대미 관세 협상을 타결했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으로 핵추진 잠수함 도입의 물꼬를 텄다.
일본과는 과거사와 미래 협력을 구분하는 투트랙 접근법으로 셔틀 외교를 궤도에 올렸고, 악화해 온 중국과의 관계도 '민생'을 고리로 회복했다.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성공적으로 개최, 외교 역량을 증명했다.
올해 미국-이란 전쟁의 여파로 발생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 국면에서는 중앙아시아·중동 국가들과의 협상을 통해 원유와 나프타 공급을 약속받음으로써 그간 외교관계 다변화 노력이 위기관리 대책으로 이어졌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경주=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이런 성과에 힘입어 이 대통령은 취임 1년째 6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다만 남은 4년간 순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비상계엄 사태를 법적·제도적으로 청산하는 것을 넘어 극심한 국론 분열까지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는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다 되도록 여야가 지지층만 바라보며 타협과 갈등 조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점과도 맥이 닿는다.
취임 선서에서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이 대통령도 보수진영 출신 인사들을 적극 기용하는 등 국민 통합의 노력을 해 왔지만, 아직은 미완에 그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추진해 온 검찰 및 사법제도 등 각종 개혁과제를 정교하게 완수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정에서 6·3 지방선거 이후 당정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손을 맞잡고 있다. 2026.5.20 [공동취재] xanadu@yna.co.kr
경제 영역에서도 코스피의 축포 뒤에 가려진 그늘을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주식시장의 활황이나 수출의 호조를 두고 흔히 '삼전닉스'로 통칭하는 반도체 대기업 실적에 의존한 '착시' 가능성을 경고하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전쟁으로 촉발된 고환율, 에너지 수급 불안과 맞물린 고유가·고물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따른 금리 인상 흐름 등 이른바 '3고' 문제가 많은 기업과 서민을 압박하며 K자형 양극화의 우려를 키운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불거진 '반도체 초과 이익의 사회적 활용' 문제도 사회적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난제다.
다시 고개를 드는 부동산 가격의 안정적 관리 역시 늘 예민하게 지켜봐야 할 중대 민생과제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쉬었음' 청년으로 상징되는 젊은 층의 고용시장 이탈, 낮은 잠재성장률의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마무리되더라도 공급망이 언제 완전히 정상화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석유 관련품의 대체 수급선을 찾기 위한 외교적·산업적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
미국의 리더십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위축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외교적 지혜도 요구된다.
1년간의 지속적 대화 손짓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앞으로 꾸준히 이어질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