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 줄상향인데…고물가·고금리 불안에 내수 냉각 우려

(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지난 3월 우리나라가 국제 교역에서 54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사진은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2026.5.8 xanadu@yna.co.kr
(세종=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한국경제가 1분기 성장 호조를 바탕으로 회복 국면 기로에서 삼성전자[005930] 노동조합 파업이 새로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주요 기관이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잇달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수출과 성장을 떠받쳐온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17일 중동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금리 인상 가능성마저 고개를 들면 내수 경기도 빠르게 식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주요국 재정 부담에 따른 금리 상승과 금융시장 불안, 신흥국 자금 이탈 등도 대외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마라톤협상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21일 예고된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간 13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2026.5.13 xanadu@yna.co.kr
◇ '3.0% 성장' 향하는 韓경제, 반도체 파업 '찬물'?
최근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주요 기관의 시각은 한층 밝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3일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0.6%포인트(p) 높인 2.5%로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제시하며 0.8%p 높였다.
씨티은행은 최근 올해 성장률 눈높이를 3.0%까지 높였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15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1분기 성장세가 큰 폭 확대되는 등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반도체 호황에 기인한다.
KDI는 "반도체 호황과 내수 확대로 성장세가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개선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강한 상승세를 보이면서 수출이 경제 성장을 강력하게 견인하고 있다"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대응도 예상보다 빠르고 대규모로 편성되면서 경기 하강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반도체를 뺀 제조업 생산은 제자리였을 정도로 산업별 온도 차는 심하다.
국가데이터처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제조업 생산은 전 분기보다 3.0%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그만큼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하거나 장기화해 반도체 생산과 수출이 흔들리면 성장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 있는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에는 상당히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생산하지 못하는 물량을 미국 마이크론 등 다른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 가져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노조 파업이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도체 수요처들이 공급업체를 전환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다"며 "파업으로 생산과 수출 차질이 빚어진다면 우리 경제 성장에도 상당한 부작용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국토교통부가 버스·화물 운송사업자에 지급하는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고 밝힌 12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화물차에 경유를 넣고 있다. 2026.5.12 ondol@yna.co.kr
◇ 중동전에 고물가·고금리도 리스크
중동전쟁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KDI는 "중동전쟁이 격화하거나 장기화하면 원자재 수급 차질과 생산비용 상승으로 성장세가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증하고 공급망 차질에 따른 산업 활동 셧다운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 대응으로 현재 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
김 실장은 "가장 중요한 또 다른 하방 압력은 물가 리스크"라며 "물가 상승세가 걷잡을 수 없이 더 강해지면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고금리는 내수 경기에는 부담이 된다.
실질구매력이 약화하고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면 소비가 둔화할 수 있다. 취업자 실질임금 증가세가 둔화해 임금근로자의 소비 여력이 줄면 자영업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중동전쟁 리스크는 고용시장에도 일부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데이터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 상승 영향을 받는 운수·창고업은 1만8천명 늘어나 전월(7만5천명)보다 증가세가 둔화했다. 제조업도 5만5천명 줄어 감소세가 계속됐다.
항공업에서 고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신입 승무원 입사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기존 직원들의 무급 휴직을 받고 있다.
인플레 우려에 국채 금리도 불안정한 모습이다.
지난 15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23년 11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3.7%대까지 올랐다. 10년물 금리도 연 4.217%로 2023년 11월 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원/달러 환율도 6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00.8원으로 마감해, 한 달여 만에 1,500원대를 나타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2일 "주요국의 재정 부담과 국채 시장 불안은 한국경제에 금리, 환율,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통해 파급될 수 있다"며 "국채 시장 불안이 위험자산 회피, 달러 강세, 신흥국 자본 유출 압력으로 확산할 경우 한국이 누려온 안정적 자본 유입과 환율 완충 여건이 변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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