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월 역대급 상승···'IMF 시대'와 차원 다른 실적 장세 귀환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지난 4일 주간거래가 마감한 뒤 한 딜러가 5% 넘게 급등한 코스피 지수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지난 4일 주간거래가 마감한 뒤 한 딜러가 5% 넘게 급등한 코스피 지수를 가리키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제공)

5000선을 넘긴 고점권에서 한 달 만에 26%대 상승을 달성한 코스피가, 숫자만이 아닌 질적 변화로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코스피는 4월 한 달간 5478.70에서 6598.87(4월30일 종가 기준)로 치솟으며 20.45%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 역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5월4일 단 하루 만에 5.12% 추가 급등해 종가 6936.99를 기록하면서 4월 시가 대비 누적 상승률은 26.62%로 확대됐다. 이는 코스피 역대 월간 상승률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 수치를 역대 1위인 1998년 1월(47.18%), 2위인 같은 해 10월(32.00%)과 단순 비교하면 숫자상으론 열세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은 질적으로 전혀 다르다. 

1998년의 급등은 IMF 외환위기 직후 코스피가 300선대까지 폭락한 이후의 기술적 반등, 즉 극단적 저점에서의 되돌림에 불과했다. 반면 올해 4월 코스피는 이미 5000선을 훌쩍 넘긴 역사적 고점권에서 추가 상승을 이뤄낸 것으로, 시장의 체력 자체가 달라졌음을 방증한다. 

KOSPI 일별 종가 2026년 4월1일 ~ 5월4일 5478.70 → 6936.99  ▲26.62%  ·  전체 23거래일
4월1일 시가 5,478.70
4월2일 최저 5,234.05
5월4일 종가 6,936.99
기간 상승률 +26.62%
코스피 종가: 4월1일 5478.70 → 5월4일 6936.99
* 공휴일·휴장일 제외 전체 23거래일 실제 종가 기준.  출처: 한국거래소(KRX).

실제로 2025년 10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최근 7개월간 상위 10위권에 세 개의 구간이 집중된 것은, 단발성 반등이 아닌 구조적 상승 국면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이번 상승의 핵심 동력은 반도체 수출의 폭발적 성장이다. 시장에서는 4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173.5% 급증해 319억달러를 기록한 것이 지수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해 자본지출 전망치를 상향한 것도 상승세를 끌어올린 배경으로 분석되며,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자본지출 확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5월4일 하루 만에 12.52% 폭등하며 시가총액 1000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중장기 구조적 배경도 탄탄하다. 

2025년 하반기부터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으로 HBM 생산이 집중되고 DRA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세계 메모리 1·2위 기업을 동시에 보유한 한국 증시가 이 수혜를 고스란히 흡수한 셈이다. 

여기에 상법 개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친주식 정책이 시장에 지속적인 긍정 모멘텀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수급 측면에서도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수가 장세를 주도했다. 

코스피가 사상 첫 6600선을 돌파할 때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핵심 역할을 했으며, 5월4일 하루에만 외국인이 3조183억원, 기관이 1조9352억원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자금이 한국 증시를 단순한 신흥국 시장이 아닌 AI·반도체 핵심 인프라 국가로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상승세에 주목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사례를 보면 4월 코스피가 5% 이상 급등했던 해에는 5월 증시가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며 "1분기에 나타난 강력한 실적 성장세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타날 명분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코스피를 이끄는 반도체 업종의 실적 기대감은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올해엔 '셀인 메이'의 부정적 영향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불안 요인도 공존한다. 

4월1일부터 28일까지 개인투자자가 16조8733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차익실현 매물이 집중됐으며, 외국인 역시 4월24일 하루에만 1조9974억원을 내다파는 등 변동성 확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미·이란 종전 협상 장기화, 유가 불안,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 등 대외 변수도 잠재적 리스크로 꼽힌다. 

다만 하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가 동반되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스피 7000선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온 지금, 시장의 관심은 이 상승세가 '기대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완전히 안착할 수 있는지에 쏠린다. 5월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이 그 답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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