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하던 남성들에 수면제 먹여 금품 갈취한 20대 구속 송치

피해자 4명 휴대전화로 계좌이체·물품 구매…"생활비 필요" 시인

(의정부=연합뉴스) 심민규 기자 = 결혼정보업체 등에서 만난 남성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수천만 원을 빼앗은 2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의정부경찰서
경기 의정부경찰서. [촬영 임병식]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30일 강도상해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남성 4명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운 뒤 약 4천89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결혼정보업체나 소개팅 앱, 지인 소개로 알게 된 30대 남성 B씨 등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한 달가량 동거하며 관계를 쌓은 뒤 우유 등 음료에 수면제를 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피해자들이 잠든 사이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거나 수백만 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계좌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잠든 피해자들의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의정부시의 한 주택에서 B씨가 잠에서 깬 뒤 112에 신고했으며, 출동한 경찰은 A씨와 관련해 서울 양천구와 중랑구, 용산구에서도 비슷한 피해 신고가 접수된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이 B씨의 소변을 검사한 결과 벤조다이아제핀 계열로 추정되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피해자들은 수면제를 먹게 된 경위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공황장애 증상으로 처방받은 수면제를 피해자들이 스스로 먹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다가, 경찰 추궁 끝에 "생활비가 필요해 범행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집중관서로 지정된 의정부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추가 피해자와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른바 '약물 음료'로 남성 2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소영 사건과 비슷한 범행 사례로 꼽힌다.

A씨가 피해자들에게 먹인 수면제 성분은 김소영 사건에서 사용된 약물과 같은 계열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은 A씨가 김소영의 범행 수법이 알려지기 전부터 피해자들을 만난 정황 등을 토대로 모방 범행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wildboa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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