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취임 전 받은 샤넬백도 유죄…"김건희, 묵시적 청탁 인식"

1심 "의례적 선물" vs 2심 "포괄적 대가 관계 인정"

'명태균 여론조사' 혐의 또 무죄…"김영선 공천 약속 대가 단정 못해"

법정 출석한 김건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한 달 전 통일교로부터 80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28일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 무죄 판단을 깨고 유죄로 뒤집은 것은 포괄적 대가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5-2부(신종오 성언주 원익선 고법판사)는 김 여사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구성하는 세 차례의 명품 수수 행위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는 지난 2022년 4월 7일, 7월 5일·29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샤넬 가방 두 개 및 그라프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이전인 2022년 4월 7일 샤넬가방 수수 범행에 대해서는 무죄로, 이후 두 번에 걸쳐 1천270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천220만원 상당 그라프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첫 번째 가방을 수수하기 전인 2022년 3월 30일 김 여사가 윤 전 본부장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는 취지의 전화 통화를 한 점을 두고 "의례적인 표현이고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윤 전 본부장이 김 여사와 친분을 쌓는 단계였던 만큼 향후 관계가 좋아지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가방을 전달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을 뒤집으며 첫 번째 가방 수수 당시 김 여사가 묵시적 청탁이 존재한다는 인식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김 여사가 통일교의 대통령 선거 지원 사실을 알고 있던 점, 이에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던 점, 통일교가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 예견된 상황이었던 점 등을 토대로 윤 전 본부장의 청탁 의사를 충분히 인지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지 향후 친분 형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시가 800만원이 넘는 가방 교부·수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전체적·포괄적 대가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여사가 비밀리에 사용한 '건희2' 휴대전화 번호로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이 있으면 이 번호로 연락 달라'고 말한 점을 두고 "이는 통일교 측 청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단순한 인사치레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금품 전달책 역할을 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윤 전 본부장이 1천500만원 상당의 고문료를 지급한 것에 대해서 "단순히 당선 축하 명목의 가방 등을 전달해달라면서 1천500만원을 주진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의례적인 선물로 보기에 800만원 상당의 고가 물품인 점, 통일교 사업의 성격상 대통령의 지시가 있다면 원활한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앞서 원심이 무죄 근거로 본 통화 내용에 대해서도 "'전성배'라는 별도의 전달 창구가 있는 상황에서 최초로 이뤄진 통화에서 명시적 청탁 내용이 없었던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상반된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세 차례 명품 수수 혐의를 모두 인정하는 동시에 이 행위를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범죄를 구성하는 것)로 규정했다.

세 번의 (명품) 수수 행위는 그 범행 수단·방법이 사실상 동일하고, 비록 통일교 측의 요청사항이 달라지긴 하지만 이는 청탁 내용이 보다 다양화·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 2월 전성배 씨의 알선수재 등 혐의 1심 재판부 판단과 동일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역시 3차례에 걸친 금품 수수 행위에 대해 "범의(범죄 의사)의 단일성과 계속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통일교 금품수수' 김건희 항소심 징역 4년 선고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2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통일교 금품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등의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 항소심 선고공판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에게 징역 4년, 벌금 5천만원을 선고했다. 2026.4.28 ondol@yna.co.kr

김 여사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의 무죄 판단이 유지됐다.

재판부는 "명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활동 일환, 정치적 성향에 기인해 여론조사를 실시·배포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명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공표했다는 특검팀 주장에 대해서도 "명씨는 피고인 부부를 만나기 전 자체 조사에서도 응답한 사람을 부풀렸다"며 "여론조사 결과 조작에 관해 피고인 부부의 관여를 추단할 증거가 없다"고 배척했다.

여론조사의 대가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점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김영선의 공천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한 것으로는 보인다"면서도 둘 사이의 대가성을 단정 짓긴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이 김 여사를 '정치활동을 하는 자'로 볼 수 없다고 본 점은 수긍하면서도, 여론조사 계약 부재를 무죄의 근거로 본 점에 대해서는 둘 사이 직접적 관련이 없다고 판시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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