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릿수 불과’ 철도 수송 분담률… “에너지 위기 대응 위해 높여야”

시멘트 수송 열차. 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 자릿수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철도 수송 분담률’을 주요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이렇게 도로에서 철도로 전환했을 때 절약하는 사회적 비용은 2050년까지 47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후환경단체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연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한영 국가철도공단 전 이사장은 “한국 철도의 화물 수송 분담률(톤·㎞ 기준) 3.2%(2023년)에 불과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미국은 32.6%, 독일은 23%, 프랑스 16.1%, 이탈리아 14.8%, 영국 11.2%, 일본 9.5%에 이르러 주요 선진국과 큰 차이가 났다. 그는 “한국의 철도-도로의 화물 수송 분담률은 1970년 57.6%-10.8%로 철도가 압도했으나, 2000년 역전된 뒤 2023년 3.2%-78.5%로 크게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이사장은 도로를 이용한 화물 수송이 사회적 비용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2020년 기준 교통 부문의 물류, 혼잡, 사고, 환경 등 사회적 비용은 2020년 360조6530억원으로 그해 국내총생산(GDP)의 19%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철도와 도로를 비교하면, 철도는 선로 이용료, 차량 기지 운영, 터널 조명 전기료 등 수반되는 부담이 많지만, 도로는 고속도로 외에 사용료가 없고 휴게소 주차·숙박이 무료이며, 가로등도 모두 무료다. 철도와 도로 사이에 부담하는 비용에 큰 차별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전 이사장은 지나치게 높은 도로 화물 수송 비중을 줄여 수송 수단 간 균형을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 철도 인프라 투자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화물역은 2011년 134곳에서 2020년 81곳으로, 컨테이너 마당(컨테이너 야드, CY)도 2014년 33곳에서 2020년 30곳으로 줄었다. 또 무역항 31곳·국가 산업단지 47곳 가운데 철도 연결선이 있는 곳은 18곳에 불과하고, 사일로(원통형 곡물 창고)도 2014년 33개에서 30개로 줄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적자와 빚을 줄이려 철도 시설을 줄이고 철도 용지까지 팔고 있다.

결론으로 김 전 이사장은 “철도 인프라에 투자해 도로 수송과의 균형을 만들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철도 수송 분담을 2050년까지 17% 늘리면 화물에서 24조8천억원, 여객에서 21조9천억원 등 46조7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 중 가장 큰 것은 통행 시간이었고, 그다음이 차량 운행, 사고, 환경 등이었다.

화물차. 클립아트코리아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에너지전환포럼의 토론회에서도 도로 이용 화물 수송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2025년 에너지통계연보를 인용해 “석유화학 원료 외 석유 소비의 66%가 수송용이고, 수송용 석유 가운데 84%가 승용차와 화물차 등 도로에서 사용된다”며 “에너지 위기 상황에선 수송용 석유 소비를 줄이고 산업용 석유를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원료 외 석유 소비 가운데 산업용은 23%, 건물용은 11%에 불과했다. 도로 수송 가운데엔 승용차가 55.7%, 화물차가 28.5%로 전체의 84.2%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석 전문위원은 “도로 수송에 사용되는 경유와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수소에 대한 가격 고시제를 폐지하고 유류세 할인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름 가격을 현실화해 수송용 석유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 전문위원은 또 “도로에 몰려있는 화물 수송을 철도로 상당 부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기준 8788억원에 이르는 화물차 유가 보조금은 사회보험료 등 고정비로 전환하고, 철도 수송 전환 보조금은 2025년 41억원에서 1조원대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9천억원에 가까운 화물차 유가 보조금은 화물차 수송으로 물류가 쏠리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반면 철도 수송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이지만,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석 위원은 “화물차 수송이 전체 수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석유 사용 비중도 높다. 이를 철도로 전환하면 같은 수송량 대비 96%까지 석유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지금처럼 압도적인 화물 수송 비중은 유류 보조금이나 유류세 할인 등 정부 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화물차에 대한 지원을 4대 사회보험료 등 고정비용으로 전환하고 친환경적인 철도 수송에 대한 보조금을 늘려 에너지 위기를 에너지 전환의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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