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엔 가능하다길래”…공영주차장 5부제 첫날, 입차 ‘퇴짜’ 속출

8일 서울 중구 중구청 공영주차장 앞에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오늘부터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가 시행 중이라서요. 회차 부탁드립니다.” “차량...뭐요?”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시행 첫날인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역 공영주차장에 끝자리 번호가 8인 흰색 카니발 차량이 들어섰다. 차단기는 열리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으로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른 운전자는 인터폰으로 “수요일이라 끝자리 번호가 3, 8번인 차량은 이용을 못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몰랐다”, “(주변) 서초구청 민원인인데 잠깐만 주차하면 안 되느냐”는 읍소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운전자는 차를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양재역 공영주차장에서 근무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이날 오전 “입차가 안 된다는 안내만 오늘 30여분께 드렸다. 특히 출근 시간에 몰렸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부터 민간 차량에 대한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가 시행됐다. “시행 사실을 몰랐다”며 차량을 돌리는 운전자가 적지 않은 가운데, 공영주차장 관리자들도 들어오는 차량을 구분하고 막아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부터 시작된 차량 5부제는 순번을 나눠 월~금요일 중 하루 공영주차장과 공공기관 주차장 이용을 막는 방식인데, 수요일인 이날은 차량번호가 3·8에 해당하는 차량이 대상이 됐다.

이날 서울 잠실역 공영주차장 사무실은 차단기에 가로 막힌 운전자들의 인터폰 호출 소리와 “공영주차장 5부제 운영으로 일반주차장 이용 부탁드린다”는 직원들의 안내 답변이 쉴 새 없이 교차했다. 이날 점심시간까지 20명 이상의 운전자가 주차를 제지당했다고 한다. 특히 운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요 네비게이션 등에서 5부제가 적용되는 공영주차장이 표시 되지 않는 점도 혼란을 키웠다. 양재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려던 한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에 아무 표시가 없어서 온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아직 업데이트가 안된 것 같다”는 주차장 직원 말에 한참을 휴대전화를 뒤적였다.

8일 양재역 공영주차장에서 끝자리 번호가 8인 흰색 카니발이 공영주차장 ‘차량 5부제\

주차장을 관리하는 쪽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이날 아침 9시께 방문한 서울 중구청 주차장에는 끝자리가 3·8인 차량 3대가 주차돼 있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사실 (아침부터) 막는 게 맞긴 했다”며 “9시 이후 1시간 정도 주차장 점검하는 시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주차장은 오전 10시께 부터 5부제 차량 관리를 시작했다. 서울 을지로 주변 한 공영주차장에서 만난 주차관리 직원은 “사람들이 화를 내니 뭐라고 할 수 없다. 힘들게 일부러 찾아왔는데 어떻게 막느냐”며 “우리는 노인일자리라 주차 못 하게 한다고 (민원성) 신고를 넣으면 재계약 때 난처하다”고 호소했다.

공영주차장 5부제와 함께 공무원 등 공공기관 직원들은 이날부터 하루 걸로 한 번씩만 공공기관 주차가 가능한 ‘차량 2부제’를 적용 받기 시작했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근무하는 ㄱ씨는 “(주차가 안되는 날은)평소 차로 바래다 주던 초등학교 2학년 막내 딸을 버스로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출근한다”며 “평소보다 20∼30분 더 서둘러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 공공기관 지방 지사에서 근무하는 ㄴ씨도 “(회사가) 교통이 불편한 외지에 있다 보니 직원 대부분 차 타고 출근하는데 다들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서울교육청 앞에서 방과후 강사들의 경우 수업에 필요한 교구를 자차로 옮길 수밖에 없는 사정 등을 전하며 “방과후 강사의 차량 2부제 적용을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

혼란과 불편 속에도 일부 시민들은 제도의 취지만큼은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반응이다. 안아무개(29)씨는 “자주 이용하던 공영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해서 인근 민영 주차장을 알아봤다. 기름값에 민영 주차장 비용까지 더해져 차량 이용 부담이 커진 것 같다”면서도 “약속이 있는 날에는 번거롭지만 차량을 두고 다닐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을 보면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제도 취지에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장종우 기자 whddn3871@hani.co.kr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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