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전시물에 ‘포스트잇’ 붙인 활동가들…첫 재판서 무죄 주장

한베평화재단 ‘탄탄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해외파병실에 전시된 채명신 주월 한국군 사령관의 훈령 팻말에 대해 항의하며 포스트잇과 마스킹 테이프로 ‘거짓’이라는 글자를 적는 퍼포먼스를 벌여왔다.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며 용산 전쟁기념관 전시물에 ‘포스트잇'을 붙였다가 기소된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8단독 이세창 부장판사는 2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권현우 한베평화재단 사무총장과 시민단체 ‘전쟁기념관을 바꾸는 시민활동가들의 모임 탄탄이’ 소속 활동가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채명신 주월한국군 사령관 훈령 팻말’ 복제본에 포스트잇과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거짓’이라는 문구를 붙여 전시물을 손상시시킨 혐의를 받는다. 해당 전시물은 베트남전 당시 채명신 사령관의 훈령(한국군은 백명의 베트콩을 놓치는 한이 있드라도(있더라도) 한명의 양민을 보호한다)이 적힌 팻말의 복제본이다. 활동가들은 1968년 퐁니 사건 등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인정됐음에도, 기념관 쪽이 상반된 내용의 전시를 비판 없이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이 같은 행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쟁기념사업회는 지난 3월 이들을 고소했고, 검찰은 팻말 교체 비용 약 104만원이 발생했다고 보고 20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활동가들은 이에 불복하면서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검찰은 이날 각 피고인에 대한 공소요지 진술에서 “피고인들이 전쟁기념관의 해외파병실 베트남전 전시실 공간에 있는 채명신 장군 훈령 전시물에 부착물 등을 붙여 그 효용을 해하였다”고 밝혔다. 반면 피고인 쪽은 “포스트잇 등 부착물을 제거한 뒤에도 전시물은 본래의 기능을 그대로 유지해 훼손되지 않았다”며 “전시물 훼손 방지를 위해 탈부착이 쉬운 재료를 선택하고 훼손 가능성을 따지는 사전 실험까지 한 만큼 효용을 해칠 고의도 없었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양쪽 주장을 검토한 뒤 향후 공판에서 전쟁기념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내년 3월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호재 기자 feli@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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