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나가라고 그런거냐"…구룡마을 화재에 이재민들 한숨만

개포중학교 강당에 이재민 텐트 30여동 설치돼…재개발 추진 중

개포중 이재민 대피소
[촬영 조현영]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제가 살던 강남 구룡마을 3지구는 마지막쯤에 탔어요. 그 불길을 보면서 아무것도 못 챙기고 대피했어요."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한 27일.

오후 9시 20분께 서울 강남구 개포중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30대 A씨가 반려견 두 마리를 챙기며 이같이 말했다.

구룡마을 3지구에서 부모님과 살아왔다는 A씨는 이날 화재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다.

A씨는 "살아남은 집이 없을 것"이라며 "마을 전체에 불이 붙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강남구청은 구룡마을 인근 개포중과 구룡중에 이재민 대피소를 마련했다.

강당에는 노란색 텐트가 30여동이 차려졌다.

오후 9시께부터 이재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하면서 구청과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은 이재민들을 안내하고 담요와 생수, 김밥 등 구호 물품을 나눠주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재민 대피소 안내표지
[촬영 조현영]

이날 밤 대피소로 들어온 60대 B씨도 "외출했다 들어왔는데 마을 중간쯤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며 "부랴부랴 집에 가서 약이라도 챙기려 했는데 이렇게 몸만 왔다"고 말했다.

B씨는 1지구에서 거주했다고 한다.

이날 화재로 현재까지 구룡마을 1·2·3지구 77가구 107명이 피해를 봤다.

불이 다른 지구로 확산하면서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밤이 되면서 강풍이 불고 기온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이재민 대부분은 대피소로 이동하기보다 마을 초입에 모여있는 상황이다.

구청 등에 화재 피해에 대한 보상과 해결책을 요구하고 화재 진압 후 집과 재산 피해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재민들은 지난 1월 마을에 불이 난 지 10개월 만에 다시 큰불이 난 데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구룡마을 입구에서 만난 C씨는 "일 갔다 왔는데 불이 나서 물어보니 우리 집에서 불이 났다더라"며 "누가 불을 질렀는지, 어디서 불이 옮겨붙었는지도 모르겠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C씨는 40년간 이곳에 살았다.

그는 "지난 1월에도 불이 났는데 우리더러 나가라고 그런 것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도 돈다"고 덧붙였다.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모여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2016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뒤 SH가 사업시행자를 맡아 재개발을 추진해왔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구룡마을 일대에는 총 3천739세대 규모의 주거단지가 들어선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구룡마을 기존 1천107세대 가운데 950세대(85.8%)가 이주를 마쳤고, 157세대(14.2%)가 아직 이주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다.

구호물품
[촬영 조현영]

hyun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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