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연계 해킹조직이 취약점 악용할 가능성

AI가 프로그래밍 언어 내부에 10년 넘게 숨어 있던 결함을 발견하면서 AI가 취약점 탐지부터 공격 코드 생성까지 걸리는 해킹 시간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해킹 시계’가 더 빨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25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AI는 방어자가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패치하는 속도보다 공격자가 악용하는 속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 PHP 사태가 대표적이다. PHP는 워드프레스와 드루팔 등에 쓰이는 웹사이트 구축·관리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로 온라인 쇼핑몰부터 기업 홈페이지, 각종 웹서비스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캘리프와 위즈, 두 사이버보안업체는 전세계 웹사이트 70%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의 취약점(PHP2Shell)을 AI를 활용해 발견했다.
캘리프는 오픈AI의 ‘GPT-5.6 솔(Sol)’로 취약점을 찾아냈다. 독자적으로 두 건의 취약점을 신고한 구글 계열 업체 위즈는 기술보고서에서 과거 최고 수준의 연구팀이 수개월간 수행해야 했던 작업을 AI 덕분에 연구원 1명이 일주일 만에 완료했다고 밝혔다.
PHP 개발팀은 21일(현지시간) 보안 취약점 ‘PHP2Shell’ 2건의 수정 업데이트 버전을 긴급 배포했다. 이번 취약점은 외부 공격자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서버에서 명령을 실행할 수 있는 결함이다. PHP 개발진은 2024년 외부 보안 점검 감사에서 일부 결함 징후를 포착했지만 구체적인 공격 방법까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이번 사태는 AI가 방어에 기여하는 동시에 공격 역량도 높일 수 있다는 양면성을 보여준다. AWS는 AI 지원 분석으로 패치 변경 내용이나 보안 권고문을 실제 작동하는 공격 코드로 바꾸는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소수의 숙련자가 코드를 공개할 때까지 기다리던 의존 관계가 약해지면서 기술 정보 공개 후 수시간 또는 수분 안에 행동할 수 있는 공격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방어자는 패치가 나와도 적용 대상과 서비스에 미칠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구형 PHP엔 이번 취약점에 대한 수정 버전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해당 시스템은 보안 지원을 받는 상위 버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AI로 공격은 빨라졌지만 방어자는 패치를 신속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로 인해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수정하는 속도보다 공격자의 악용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며 “단순 취약점 패치를 넘어 공격자가 취약점을 악용하기 전에 얼마나 신속하게 방어하느냐가 사이버 보안의 핵심 경쟁력이 됐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북한 배후 해킹조직인 라자루스가 PHP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준비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싱가포르 사이버보안 기업 사이퍼마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폐쇄형 네트워크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조직원들이 PHP 취약점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모의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사이버마는 관련 조직이 북한 라자루스 그룹 생태계에 속하거나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황 교수는 AI 시대에 국가 연계 해킹조직이 보안 취약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AI 기반 공격과 국가 연계 해킹 조직의 위협이 결합될 가능성을 높인 사례”라며 “북한이 공개된 소프트웨어 취약점을 AI와 결합해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