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주가를 짓누르던 '중복상장' 족쇄가 마침내 풀렸습니다.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전격 중단 소식에 주가는 곧바로 반등했고, 그간 속을 끓이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안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오는 28일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발표로 향하고 있습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전날 증시 개장 전 미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 8월 5일 상장 준비 사실이 알려진 지 79일 만입니다.
회사 측은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IPO가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주가는 즉각 반응했습니다. 이날 장 초반 117만1,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공시 이후 상승 전환해 전 거래일보다 4.42% 오른 127만7,0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줄면서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솔리다임 상장 이슈는 그간 SK하이닉스 주가의 대표적인 하방 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원인 중 하나로 솔리다임 중복상장이 지목됐던 만큼, 이번 결정이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주들이 우려했던 건 '성장 과실의 유출'이었습니다. 솔리다임이 따로 상장해 외부 투자자를 들이면 그동안 SK하이닉스 주주들이 지분만큼 나눠 갖던 솔리다임의 이익을 외부 주주와 나눠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장이 중단되면서 AI 데이터센터용 기업용 SSD(eSSD) 시장 성장에 따른 솔리다임의 수혜를 기존 SK하이닉스 주주들이 온전히 가져갈 수 있게 됐습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 전체 기업가치의 12.9%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마음을 졸이던 개인 투자자들은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주주들은 저마다 솔리다임 상장 중단이 주가 반등의 신호탄이 되길 기대한다며, 중복상장 논란이 해소되고 경영진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가 확인된 만큼 SK하이닉스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증권가의 평가도 우호적입니다. 이번 결정이 중복상장 디스카운트와 지분 희석 우려를 덜어 기존 주주 이익을 우선 고려한 선택이라고 봤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IPO 검토 중단 공시는 반도체 투자심리 호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상장 중단을 촉구해온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즉각 결정을 지지한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이제 관심은 오는 28일 발표될 3분기 실적과 주주환원 규모에 쏠립니다. 시장 눈높이에 맞는 환원 정책이 나온다면 솔리다임 상장 검토 국면에서 쌓인 투자자 불신을 털어내고 반도체 주가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솔리다임의 미국 생산거점 확보에 필요한 투자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만큼 재원 마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회사 측은 "현재로선 상장을 다시 검토할 계획은 없다"며 기존 주주에게 유리한 자금 조달 방식을 찾겠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