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갔더니 소변에 콜라색 피가…" '이 암' 의심해봐야

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76) 방광암

정승일 화순전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사진제공=화순전남대병원소변을 보다 피가 섞여 나온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막상 혈뇨가 한두 번 나타났다가 사라지면 단순 피로감으로 알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통증 없는 혈뇨는 방광암을 비롯한 비뇨기계 질환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특히 50세 이후 처음 혈뇨가 나타났다면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핵심 위험요인 '흡연'…금연이 재발 위험 낮춘다

방광은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을 저장했다가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장기다. 방광암은 방광 안쪽을 덮고 있는 요로상피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전립선암·신장암과 함께 대표적인 비뇨기계 암으로 꼽힌다. 주로 고령에서 발생하며 남성이 여성보다 3~4배 정도 많이 발생한다.

방광암의 대표적인 위험요인은 흡연이다. 담배 속 발암물질은 폐에서 혈액으로 흡수된 뒤 소변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방광 점막이 발암물질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생활 습관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은 방광암 예방뿐 아니라 치료 후 재발과 진행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도 △노화 △염료·고무·가죽 산업 등에서의 화학물질 노출 △만성적인 방광 자극 △장기간 도뇨관 사용 △방광결석 △골반 방사선치료 병력 △일부 항암제 등이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가장 흔한 신호는 '통증 없는 혈뇨'

방광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혈뇨다. 방광암에서 나타나는 혈뇨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변이 분홍색이나 선홍색으로 보일 수도 있고, 짙은 갈색이나 콜라색처럼 보일 수도 있다. 육안으로 피가 보이지 않고 소변검사에서만 혈뇨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혈뇨가 한두 번 나타난 뒤 저절로 사라질 수 있단 것이다. 이에 실제 이상이 있어도 병원을 찾지 않는 이들도 있다. 물론 혈뇨가 있다고 해서 모두 방광암은 아니며, 요로감염이나 요로결석 등 다양한 원인으로 혈뇨가 나타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혈뇨가 발생했다면 그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다.

소변을 자주 보거나 갑자기 참기 어려운 요의를 느끼는 증상, 배뇨 시 통증, 잔뇨감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진행된 경우엔 골반이나 옆구리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방광암 치료법, '침범 깊이'에 따라 달라

혈뇨가 발생하면 소변검사와 소변 세포 검사 등을 시행하며 필요에 따라 CT(컴퓨터 단층촬영) 등 영상 검사를 진행한다. 방광암 확인에 중요한 검사가 방광 내시경이다. 가느다란 내시경을 요도를 통해 방광 안으로 넣어 방광 내부를 직접 관찰하는 검사다. 이를 통해 종양 위치와 크기, 개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의심 병변이 발견되면 조직을 채취해 암 종류와 방광벽 침범 정도를 확인한다. 방광암 치료는 암이 방광의 어느 깊이까지 침범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암이 방광 점막이나 점막 아래층에 국한된 초기 방광암이라면 경요도 방광종양절제술(TURBT)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요도를 통해 내시경을 넣어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재발 위험도에 따라 방광 안에 항암제나 BCG(결핵균 유래 면역치료제) 면역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반면 암이 방광 근육층까지 침범한 근육 침윤성 방광암이라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가 근치적 방광적출술이다.

방광 제거 후엔 환자 상태와 신장 기능 등을 고려해 소변이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새로운 소변 배출 통로를 만들어준다. 최근엔 로봇수술을 이용한 방광적출술도 시행되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ADC(항체-약물 접합체) 등 새로운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진행성 방광암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도 넓어지고 있다.

수술했다고 끝?…관리해야 재발 막는다

방광암은 다른 암과 비교하면 초기에 발견할 경우 예후가 좋은 편이다. 다만 치료 후에도 재발이 흔한 만큼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중요하다. 방광암은 한 번의 치료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환자 위험도에 따라 정기적인 방광 내시경과 소변 세포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금연을 실천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등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다시 혈뇨가 나타났다면 이전에 검사나 치료를 받았단 이유로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소변에서 피가 보였다면 한 번이라도 그냥 넘겨선 안 된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방광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오늘 소변에서 발견한 작은 변화가 내일의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

외부 기고자-정승일 화순전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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