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부정수급액 38억 달해…대여보다 도용 피해 압도적
최고 7천878만원 떼먹고 숨져 '환수 불가' 사례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다른 사람의 명의나 건강보험증을 훔쳐 병원 진료를 받는 도용 부정수급 문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8개월간 적발된 건강보험증 도용 건수만 18만건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새어나간 진료비 중 23억원 이상은 여전히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10년 동안 타인의 명의로 수십 차례 병원을 드나들거나 8천만원에 가까운 진료비를 부정하게 쓰고도 단 한 푼도 갚지 않은 채 숨진 사례까지 드러났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부정수급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 건강보험증 대여와 도용으로 적발된 사례는 총 18만4천443건이었다. 피해를 준 결정 금액은 40억9천100만원에 달했다.
◇ 도용 피해액 38억원 달하지만, 징수율은 39%대 그쳐
부정수급 유형을 분리해 살펴보면 합의를 거친 건강보험증 대여보다 악의적인 명의도용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전체 적발 건수 중 건강보험증 도용으로 인한 부정수급은 18만330건으로, 전체의 약 97.8%를 차지했다. 대여 건수는 4천113건에 그쳤다.
피해 금액 역시 도용이 대부분이었다. 건강보험증 도용으로 결정된 금액은 38억2천700만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93.5%에 육박했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건보공단이 받아낸 환수 금액은 15억300만원에 불과했다. 도용 피해액 중 23억2천400만원은 회수하지 못한 셈이며, 징수율은 39.2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건강보험증 대여 부정수급은 결정 금액 2억6천400만원 중 2억1천600만원을 환수해 81.82%의 높은 징수율을 기록, 도용 범죄와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건강보험 증 대여/도용 부정수급 적발 현황]
2026년 8월 31일 기준 (단위: 건, 백만 원, %)
| 구분 | 계 | 2021 | 2022 | 2023 | 2024 | 2025 | 2026 | |
| 계 | 결정 건수 | 184,443 | 32,605 | 30,771 | 40,418 | 28,101 | 28,896 | 23,652 |
| 결정 금액 | 4,091 | 670 | 628 | 852 | 635 | 858 | 448 | |
| 환수 금액 | 1,719 | 375 | 333 | 360 | 282 | 213 | 156 | |
| 징수율 | 42.02 | 55.97 | 53.03 | 42.25 | 44.41 | 24.83 | 34.82 | |
| 증 대여 부정수급 |
결정 건수 | 4,113 | 1,277 | 1,347 | 531 | 347 | 539 | 72 |
| 결정 금액 | 264 | 73 | 62 | 34 | 57 | 33 | 5 | |
| 환수 금액 | 216 | 70 | 55 | 15 | 57 | 18 | 1 | |
| 징수율 | 81.82 | 95.89 | 88.71 | 44.12 | 100.00 | 54.55 | 20.00 | |
| 증 도용 부정수급 |
결정 건수 | 180,330 | 31,328 | 29,424 | 39,887 | 27,754 | 28,357 | 23,580 |
| 결정 금액 | 3,827 | 597 | 566 | 818 | 578 | 825 | 443 | |
| 환수 금액 | 1,503 | 305 | 278 | 345 | 225 | 195 | 155 | |
| 징수율 | 39.27 | 51.09 | 49.12 | 42.18 | 38.93 | 23.64 | 34.99 | |
| ※ 결정 연도 기준, 건수: 요양 급여비 청구 명세서 건수 기준 |
||||||||
◇ 10년 넘게 도용하거나 치료비 7천800만원 떼먹고 사망
적발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도용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도용 기간이 가장 길었던 사례는 1974년생 여성 이모씨의 명의가 도용된 사건이다. 도용자는 2012년 9월 5일부터 2022년 10월 24일까지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불면증 진료를 받는 데 이씨의 명의를 65회에 걸쳐 썼다. 이 사건의 도용 금액 64만4천510원은 전액 환수 완료됐다.
부정수급 액수가 가장 컸던 사례는 1980년생 남성 박모씨의 명의가 도용된 건이다. 도용자는 2020년 5월 28일부터 2023년 11월 4일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간암 치료를 받으며 총 105회에 걸쳐 진료받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도용 금액은 7천878만5천460원에 달했으나, 환수 금액은 0원이었다. 도용자가 불법체류 중 사망하면서 피해액을 전액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종결됐다.
외국인에 의한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부정수급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적발 건수는 총 1만259건, 결정 금액은 4억7천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도용 부정수급은 9천76건, 결정 금액 4억900만원이었다. 그러나 외국인 도용 부정수급의 환수 금액은 1억4천900만 원으로 징수율이 36.43%에 머물렀다. 올해 8월 기준 외국인 도용 징수율은 17.86%까지 떨어졌다.
한편, 건강보험 전체 부정수급 현황을 보면 건강보험 자격을 잃은 뒤 진료를 받는 자격상실 후 부당수급이나 보험료 체납 등으로 급여가 정지된 기간에 진료받는 급여 정지 기간 중 부당수급의 징수율은 각각 60.83%, 82.75%를 기록했다.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 수치의 징수율이 유독 낮은 것은 타인의 개인정보를 몰래 가로채 쓰고 잠적하거나 사망하는 등 추적이 어려운 도용 범죄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