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76㎝ 90년된 대형 지구본…전문 인력 없이 옮기다 떨어트려
"헤그세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향수…위대한 장군 흉내내려다 망신"

[출처: 미 의회도서관]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집무실에 2차 대전 유물인 '아이젠하워 지구본'을 옮겨 놓으려다 떨어트려 파손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지구본은 미국에서 추앙받는 군인 중 한 명이자 1953∼1961년 미 대통령을 지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썼던 것으로, 193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 지름 30인치(약 76㎝)짜리 대형 스탠드 지구본이다.
아이젠하워는 지구본을 유달리 좋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의 향배를 갈랐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지휘관이던 아이젠하워는 육군 장군으로 복무할 당시 두 개의 대형 지구본을 사용했고, 이들 지구본은 국방부의 유물 보관 시설로 옮겨졌다.
헤그세스 장관이 이 가운데 한 개를 자신의 집무실로 옮기도록 지시했다가 '사고'가 난 것은 올해 2월이었다. 지구본을 옮기려던 직원들이 미숙한 손놀림으로 떨어트렸고, 지구본의 남극 대륙 부분이 찢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본래 이 같은 군사사(史) 유물은 전문적인 취급 인력이 다루게 돼 있지만, 헤그세스 장관이 '지구본 이동 작전'을 지시했을 당시 공교롭게도 미 행정부는 부분 셧다운(일시적 기능정지)이었다. 그런 탓에 육군 내 해당 인력들은 휴직 상태였다.
지구본을 옮기려다 떨어트린 날, 부분 셧다운은 종료됐다. 따라서 조금만 더 기다려 전문 인력의 손에 맡겨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헤그세스 장관의 "명백해 보이는 인내심 부족"에 주먹구구식 작전이 강행됐다고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익명의 관계자가 전했다.
국방부는 망신살 뻗치는 사고를 쉬쉬했지만,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결국 "지구본의 구형(球形) 부분이 회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금속 지지대에서 분리됐다"고 인정하며 "현재 수리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왜 이토록 아이젠하워의 지구본에 집착했고, 서둘러 자신의 집무실에 가져다 놓으려고 했을까. 일각에선 헤그세스 장관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향수'를 주목한다.
헤그세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부처의 명칭을 '국방부'에서 '전쟁부'로 바꿨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됐던 이름이다. 그는 전쟁부가 국방부로 바뀐 이후 미국이 "주요 전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에 대한 향수는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듯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활약했으나 현대 전투에는 맞지 않아 퇴출당한 대형 전함을 복원, '황금 함대'를 만들도록 지시한 바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던 퇴역 준장 타이 사이둘은 "헤그세스는 전쟁과 평화 양쪽에서 뛰어났던 아이크(아이젠하워의 별명)처럼 되기 위해 아이젠하워를 상징하는 토템을 원한다"며 "그 지구본이 그에게 아이크가 지녔던 겸손함과 지성, 판단력을 가져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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