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때 국회 봉쇄 없었다” 근거로 이재명 월담 영상…되풀이되는 방어논리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 밤 11시께, 경찰이 통제 중인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담을 넘어 본청으로 향하는 모습을 국회의장 경호대장이 촬영한 사진. 국회의장실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12·3 비상계엄 당시 군대를 보내 봉쇄시킴으로써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내란 혐의 1심 판단을 뒤집고자 법정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출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었던 시간에 담을 넘었다는 주장까지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또한 윤석열 정부에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부임 이후 계엄에 대비한 합동수사본부(합수부)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는 권창영 특별검사팀의 수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이 직접 변론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1일 서울고법 형사12-1부(재판장 이승철)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변호인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 관계자와 시민들이 울타리를 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틀었다. 월담 장면을 근거로 당시 국회가 봉쇄됐다는 조은석 특별검사팀 주장의 문제점을 짚으려는 취지다.

변호인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민주당 의원이 담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을 공개하며, 사실상 국회 차단이나 봉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이 대통령께서 말씀하는 거 보면 김혜경 여사가 운전하는 차량에 탑승해 사람 없는 곳에 내려 월담했다는데, 다른 출입문 보면 동시간대에 신분이 확인될 경우 정상 출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석 국회의원은 심의·의결권이 침해된 피해자로 인정된 분인데 00시45분께 국회 경내로 진입했다”며 “이분이 왜 피해자로 돼 있는지 저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경찰이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국회 출입을 차단하는 바람에 국회의원 김민석 등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에 심의·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부터 ‘월담 영상’을 근거로 국회 봉쇄가 없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검팀 역시 이번 공판에서 “월담이 이뤄진 원인에 대해 더 생각해야 한다”며 “피고인 윤석열 지시에 따라 군경이 정상적인 출입을 방해해 많은 시민이 위험을 무릅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6일 공판에서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부임한 뒤 합동수사본부 조직 개편이 추진됐다며, 이런 계획이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특검팀은 전직 방첩사 작전교육과장 ㄱ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여 전 사령관 부임 이후 합수부 시행계획을 기존보다 크게 변경하고 발전하라는 지시가 있었는지’, ‘합수부 조직과 인력을 대규모로 확대하고 체계화하려 했는지’를 물었다. 이에 ㄱ씨는 “여 전 사령관이 공식 석상에서 작전계획 발전이 필요할 거 같다는 얘기를 했다”며 대규모 조직 개편 계획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특검팀은 전직 작전기획장교 ㄴ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여 전 사령관 취임 이후 합수부 보완 수준을 넘어 전시 부대를 상설 수준으로 개편하도록 요구했는지 물었고, ㄴ씨 역시 “비슷한 취지로 추진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쪽은 합수부 조직 개편이 여 전 사령관 부임 전부터 추진되던 사안이라고 방어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ㄱ씨에게 ‘여 전 사령관 전임이었던 황유성 전 사령관도 합수부 편성에 관심이 있었지 않냐’, ‘합수부 시행계획 개정이 최종적으로 확정 안 됐지 않냐’고 물었고, ㄱ씨는 두 질문에 모두 긍정적 취지로 답했다.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발언권을 얻어 “합수부에서 방첩사령관이 수사한다면 옛날 10·26 사건처럼 인력을 파견받아 수사할 순 있지만 합수부가 다양한 사건을 맡아 수사하는 건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다”며, 각종 수사기관이 방첩사로 집결해 합동 조가 운영되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함에 따라 6일 공판에서는 특검팀에 차출된 검사의 파견 효력과 공판 참여 자격에 대한 절차상 논란이 제기됐다. 특검팀은 ‘검찰청 검사는 공소청 검사로 본다’, ‘업무는 승계된다’는 간주 규정에 따라 기존 파견 명령이 유효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재판부 역시 별도의 재파견 명령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석해, 파견 검사 배제 없이 재판을 그대로 진행했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

조회 425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