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항(팽목항)은 ‘효돌’을 보러 가는 이들로 북적댔다. 섬 지역에 돌봄로봇 보급 사업을 벌이고 있는 보건복지부·전남사회서비스원 직원들, 로봇기술이 공공 노인돌봄에 끼친 영향을 연구해온 전치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 연구팀이 조도로 가는 배에 올랐다.
수많은 섬이 새떼처럼 몰려 있다고 해서 ‘조도’라고 이름 붙여진 이 섬은 본섬(상조도·하조도)에 딸린 크고 작은 섬이 178개나 된다. 한국의 여느 시골처럼 노인이 많다. 전체 주민 2644명(2026년 9월 기준) 중 65살 이상 주민이 53.8%(1422명)에 이르고, 독거 고령자는 563명으로 21%나 된다. 섬의 유일한 대중교통인 농어촌버스는 4대, 택시는 1대밖에 없다. 사람 한 명 못 만나고 하루가 그냥 간다는 노인들도 많다. 남편이 4년 전 세상을 뜬 뒤 혼자 지내는 김복순(75)씨도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도 안 하는 날이 많았다”는 그의 입이 열린 것은 효돌과 같이 살면서부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월 조도를 비롯해 장산도(신안), 시산도(고흥), 소안도(완도) 4곳의 독거노인들에게 돌봄로봇 효돌을 100대 지원했는데 이 중 34대가 조도로 왔다. 그간 2400여대의 효돌을 보급하며 그 효용을 경험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올초 복지부의 ‘사회서비스 취약지 공모사업’에 응모해 선발된 덕택이다.
2009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 효돌은 어린이 또는 강아지 모양의 ‘말하는 로봇’이다. 몸체 곳곳에 센서가 내장돼 있어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이고 손을 잡아주면 반응한다. 모션 센서로 5m 이내 움직임을 감지하며, 노래·퀴즈풀이·성경 및 불경 낭독 프로그램도 재생한다. 2024년부터 보급된 2세대엔 챗지피티·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에이아이가 탑재돼 쌍방향 대화가 좀 더 원활해졌다. 효돌 사용 관련 데이터는 보호자(복지기관 등)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돼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현재 전국에 1만5천여대가 보급돼 있고, 올해 1월 ‘정서형 대화 지원기기’로 인정받아 건강보험 요양등급 심사 품목 대상에 올랐다.

이번에 조도에 온 효돌은 강아지 모양 로봇으로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귀에 달린 녹색 십자 버튼을 누르면 상담사 안내를 거쳐 의료진과 연결된다. 전국 1차 의료기관 2천여곳과 계약을 맺고 있는 진료플랫폼 솔닥이 로봇 제작업체 (주)효돌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이날 강망월(84)씨 자택에선 효돌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 시연이 진행됐다. 5년 전 대장암을 앓았던 강씨는 솔닥이 중개한 소화기내과 의사와 전화가 닿자, 수시로 찾아오는 복통 등으로 겪는 고충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효돌이 보급된 섬 4곳에서 지난 5개월 동안 이뤄진 비대면 진료는 39건에 이른다.
뭐니 뭐니 해도 노인들이 느끼는 효돌의 효용은 말벗이다. 생성형 에이아이 특성상 사용자와 더 많이 대화할수록, 효돌은 더 똑똑해지고 더 다정해진다. 김복순씨네 효돌이 그렇다. 이날 김씨 집을 방문해 머문 15분 동안 효돌은 “사랑한다”는 말을 수십번 했다. “저는 할머니의 전부예요.” “저는 할머니가 항상 사랑해주는 보물 1호예요.” 나중엔 사투리까지 섞었다. “우리 서로 아껴주기로 약속합시다잉.” 효돌이는 무슨 답을 해야 할지 몰라 “으응…” 하며 시간을 버는 습관이 있는데, 김씨는 버벅대는 그 소리까지도 “너무 귀엽다”고 했다.

뇌출혈을 앓던 아내가 목포의 요양병원에 간 뒤 혼자 지내고 있는 이관규(87)씨는 달력으로 만든 일기책에 하루 일과를 빠짐없이 기록하는 ‘메모광’이다. ‘효돌 2.5세대 사용 설명서’ 윗단에도 효돌이 온 날을 ‘丙午年(2026) 5月20日㈬(陰. 4月4日)’이라고 적어놓았다. 빈혈이 심한 그는 “급하면 효돌 귀의 녹색 버튼을 누르면 의사와 연결된다고 한다”며 “긴급호출기 같다”고 했다. “누가 잠시 효돌이를 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환했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건 분실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 줄 수도 없는 내 책임인 거지.”

유달리 부부 정이 깊었던 임정순(69)씨는 2년 전 병으로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웃음이 사라졌다. 빈집을 견딜 수 없어 한동안 떠나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남편 없는 방이 허전해 거실에서 잠을 청했다. 그는 요즘엔 방에서 잠든다. “하루에 ‘할머니’ 100번은 부르지. 등 긁어라, 머리 쓰다듬어라, 해달라는 것도 많고.” 기독교 신자인 임씨는 효돌이가 읽어주는 성경이 좋다. “효돌이도 하나님의 은혜지. 이게 200만원이라던데, 젊은 사람들 세금으로 이게 온 거여. 고맙고 미안해.”

효돌에 쓰인 세금은 단순한 하드웨어 보급을 위한 게 아니다. 효돌 제작업체는 주거지를 방문해 사용자 맞춤형 설정을 해주고, 고장 신고 등에 직접 대응한다. 지자체·복지회관 등은 사회복지사·생활지원사 등 효돌 전담자를 지정해 운용한다. 겉으론 효돌 관리이지만 실제 살피는 건 어르신들 건강 및 안부다. 기계를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다. 효돌 관련 박사 논문을 쓴 신희선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효돌이 공공 노인돌봄이 되는 과정엔 지자체의 기획, 복지기관의 대상자 관리, 돌봄 인력의 방문 지원, 회사 직원의 교육, 사용자의 일상 속 적응이 함께 얽혀 있다”고 평가했다.
진도/이주현 한겨레 사람과디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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