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몇 대 주고 사람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소용없어”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빠르게 늘고 돌볼 사람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돌봄로봇은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로봇중개연구사업단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재활로봇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8년부터 국립재활원에서 ‘사람을 위한 로봇’을 연구해왔다. 지난 8월31일, 국내 치료용 재활로봇, 돌봄로봇 사업의 총기획자인 그를 국립재활원에서 만났다.

송원경 국립재활원 재활로봇중개연구사업단장이 지난 8월31일 재활원 스마트돌봄스페이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가정에서 쓰이는 돌봄로봇, 특히 소통형 로봇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약 드실 시간입니다’처럼 말로 일상생활을 돕는 로봇이 있고, 말은 잘 못해도 개나 고양이처럼 품에 안겨 교감하며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로봇이 있다.”

― 치매 환자나 고립감을 느끼는 어르신이 동물을 키우며 위로를 얻는 동물매개치료처럼, 돌봄로봇도 정서적 효과가 있나.

“일본에는 사람을 옮겨 주는 로봇 등 여러 돌봄로봇이 있지만 그중 소통형 로봇이 부동의 1위라고 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10~20년 앞서 고령화를 겪었으니 그만큼 필요도 컸을 것이다. 사람은 같은 말을 다섯 번만 들어도 지치지만 로봇은 하루 종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지치지 않는다. 같은 질문에 매일 답해야 하는 치매 돌봄의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국립재활원 스마트돌봄스페이스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지원하는 로봇 및 다양한 기기들이 설치돼 있다.

― 돌봄로봇이 사람의 돌봄 부담을 어느 정도 줄여주고 있나.

“2070년이 되면 국민 두 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돼,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많아진다. 젊은 사람 모두가 돌봄 제공자가 된다 해도 일손이 모자란다. 결국 사람은 핵심적인 일을 하고, 일부 보조 업무는 기계가 맡도록 해야 한다.”

― 어르신들이 막상 로봇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떤 로봇은 말을 들을 때 뺨 색이 바뀌고, 어떤 로봇은 눈동자 색이 바뀐다. 기기마다 작동 방식이 달라 언제 말을 해야 할지 헷갈린다. 그래서 나는 사용법을 포스트잇에 적어 기기에 붙여두라고 권한다. 기술은 들여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로봇 몇 대만 가져다 놓고 한두 달 동안 사람이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돌봄로봇이 상용화되고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기술 개발자, 정책 담당자, 사회복지 연구자, 장기요양 재원을 가진 기관이 모두 연결돼 하나의 생태계를 이뤄야 한다.”

국립재활원 스마트돌봄스페이스에 설치된 목욕 로봇.

― 국내에서 돌봄로봇을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 어떤 걸림돌이 있나.

“연구개발(R&D)엔 기다림이 필요하다. 먼저 개념을 확실히 세우고, 시제품을 만든 뒤엔 전기적·기계적으로 안전한지, 주변 기기의 전자파가 로봇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반대로 로봇의 전자파가 다른 기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시험·검사를 한다. 이를 통과하면 의료기기는 허가를, 공산품은 인증을 받는다. 그 뒤에도 데이터를 모아 효과에 대한 근거를 쌓아야 장기요양보험이나 사회서비스와 연결될 수 있다.”

글·사진 한귀영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hgy4215@hani.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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