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미 "세계청년대회 통해 한국 매력 알릴 수 있길"

데뷔 40주년 일정 쪼개 로마서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성공 기원 공연

"한국 예술인 데뷔 돕는 공간 마련하고 싶어"

세계청년대회 성공 기원 음악회 무대 오른 조수미
[주교황청 한국대사관 제공]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데뷔 40주년을 맞아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세계적 소프라노 조수미가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쪼개 이탈리아 로마를 찾았다.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음악회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세계청년대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가 1985년 '세계 젊은이의 날'을 제정한 뒤 전 세계 가톨릭 청년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조수미는 지난 13일 주교황청 한국대사관이 마련한 음악회 무대에 올라 나디아 불랑제의 '영원한 빛'(Lux aeterna)과 카치니의 '아베마리아'(Ave Maria)를 불렀다.

조수미는 1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서 신앙과 희망, 평화를 나누며 연대하는 뜻깊은 행사"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매력,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수미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거장이다. 20세기 최고 지휘자로 꼽히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그에게 '신이 내린 목소리'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데뷔 5년 만에 세계 5대 오페라 무대에 모두 데뷔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대였던 어린 나이에 서양인들의 독무대였던 주요 오페라 무대를 휩쓴 동양인은 세계에는 놀라움이었고 한국인들에게는 큰 자부심이 됐다.

그는 정확히 40년 전인 1986년 10월 26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 베르디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리골레토'의 질다 역으로 데뷔했다. 40년이 지났지만 그에게 이탈리아는 여전히 특별한 곳이라고 했다.

"40주년이라고 하는데 꿈을 꾼 것 같아요. 셰익스피어는 인생이 '한여름 밤의 꿈'같다고 했는데 아, 이게 그런 뜻이구나 싶어요."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메달 든 조수미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소프라노 조수미가 20일 서울 중구 신세계남산에서 열린 세계무대 데뷔 40주년 기념메달 출시행사에서 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8.20 scape@yna.co.kr

성악가로서 세계 정점에 선 조수미는 음악 활동 외에도 장애 돌봄 활동, 유기견 보호 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협력대사로서 국익에 도움이 되는 행사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그중 하나다. '세상과 소통하는 디바'는 그의 예술적 성취만큼이나 주목받는 조수미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저는 아티스트이기 전에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하나에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어떻게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음악을 해요."

조수미에게 세상과의 소통은 부담을 느끼기 전에 책임감부터 드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 스스로 "나는 결코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를 돌면서 노래만 하는 사람은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의 꿈은 "내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것들"을 향했고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로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섰다. 2002 한일월드컵의 감동을 배가했던 '챔피언스', 100만장이 넘는 판매기록을 세운 '온리 러브' 등이 그랬다. 처음부터 그에게 음악이란 일방향의 기교나 테크닉이 아닌, 서로를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 쌍방의 교감과 같은 것이었다.

40년을 쉴 새 없이 뛰어온 조수미에게 남아있는 버킷리스트는 후배 예술인들에게 향해 있었다. 예술인들의 데뷔를 도울 수 있는 '수미조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1983년 3월 지인 연락처가 적힌 메모 한 장 달랑 들고 낯선 로마로 향하면서도 대책 없이 설레기만 했던 스무살 당돌한 여대생은 지금도 누군가의 설레는 '처음'을 응원하면서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저와 함께해주실 분이 계신다면 그분들과 함께 한국 예술인들에게 데뷔를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어요. 콘서트를 열어주거나 그림을 전시해주고 격려도 해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데뷔 후 40년이 지났지만 조수미는 여전히 매일 아침 설렌다고 했다.

다음은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일문일답.

한불 수교 140주년 행사 참석한 김혜경 여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김혜경 여사가 4일 서울 덕수궁 석조전에서 열린 한불 수교 140주년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마친 소프라노 조수미, 피아니스트 다비드 카두쉬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다비드 카두쉬, 최휘영 문체부 장관, 김혜경 여사, 소프라노 조수미,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 대사 부부. 2026.6.4 superdoo82@yna.co.kr

- 데뷔 40주년이라고 하면 흔히 바쁘게 뛰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오히려 일정이 더 빼곡해진 것 같다. 데뷔 40년째를 맞은 소회는.

= 열심히 하다 보니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 40년이나 지났다는 것은 사실은 잘 못 느끼겠다. 셰익스피어가 '인생은 한여름 밤의 꿈'이라고 했는데 아, 이게 이 뜻이구나 싶다.

- 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을 계속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때는 없나.

= 부담보다는 책임감이다. 저는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에서 데뷔를 하고 오페라 스타로서 이름 알리기 시작할 때 '나는 결코 '밤의 여왕' 같은 오페라의 주연만 맡고 유명한 오페라 하우스를 돌면서 노래만 하는 사람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성악가들이 난 존경스럽다. 제 목소리로 할 수 있는 다른 장르를 하는 것이 꿈이었다. '온리 러브' 앨범을 냈을 때 그런 생각이 확실해졌다.

사실은 제가 하는 모든 음악적 결정이 조심스럽다. 생각을 무척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한다. 더 중요한 건 팬들이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다른 세계를 보여드리고 싶고 나누고 싶은 생각이 많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반응이 좋았고 그런 용기를 낼 때마다 잘 되니까 너무 재밌고 용기가 난다.

소프라노 조수미
[크레디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신비에 싸인 디바의 시대는 끝났다. 예술가는 세상과 연결돼야 한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철학은 언제 생겨났나.

= 부모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가 다른 국가를 많이 돌아다니시면서 이렇더라 저렇더라 이런 얘기를 항상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로부터는 시와 오페라를 많이 듣고 자랐다. 집이 부유한 편은 아니었다. 유학을 떠나기 전날 밤에도 부모님이 300달러를 주면서 지금은 이거뿐이니 나중에 더 보내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집안에 항상 음악과 시가 흘렀고 아버지는 항상 한국을 넘어선 세계관을 심어주셨다.

아티스트이기 전에 난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사람이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서 세상에 도움을 줄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음악을 한다. 그런 것들이 은연중에 나오는 것이다. 다른 예술가들도 자기 역량이나 무대만 신경 쓰지 말고 세상을 위해서 어떤 것들을 더 할 수 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혹시 버킷리스트가 있다면 그중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리스트 하나를 공개해줄 수 있나.

= 나는 하고 싶어 하는 걸 해야 성이 차는 사람이다. 그래서 계획도 먼저 세우고 내용을 자세하게 채운다. 버킷리스트는 있기는 한데 거의 어느 정도는 하고 지내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것 중에는 첫 번째 수영을 잘했으면 좋겠다. 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데 다이빙 같은 것을 하고 싶다.

두 번째는 '수미조 하우스', '수미조 아카데미' 같은 제 이름을 가진 극장? 그런 작은 공간을 마련해서 예술인들이 데뷔를 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하고 싶다. 콘서트를 열어준다든지 그림을 걸어준다든지 이렇게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기회를 주는 공간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이 동참하실 수 있다면 함께 한국 아티스트를 위해서 기회를 주고 싶다.

기자간담회하는 조수미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소프라노 조수미가 6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6.5.6 mjkang@yna.co.kr

- 40여년 전 스무살 나이로 처음 로마에 도착했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도 설레나, 덜 외로워졌나.

= 난 항상 궁금증이 많은 아이였다. 웬만하면 무섭거나 두렵지 않았다. 단단했고 남한테 지기도 싫어했다. 스무살 갓 넘어서 로마에 도착했는데 마중 나오기로 한 지인도 없고 새벽 3시에 로마 공항에 혼자 남겨졌다. 그런데 무서운 것보다는 웃음이 나오더라고. 하하하. 그래서 혼자 택시를 타고 스페인 광장으로 가서 숙소를 잡고 나와 베네치아 광장을 걸었다. 비가 왔는데 그 해방감과 자유가 너무 좋았다. 그 후 일주일 만에 확 커버린 것 같다. 예술가들은 고생하면서 음악이 나온다고 하지 않나. 40년이 지났지만 요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설렌다. 오늘은 어떤 재밌는 일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을지 설렌다. 예전에는 내가 다른 사람의 스케줄에 맞춰야 했지만 이제 내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 너무 재밌는 일이다.

-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 세계청년대회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여서 신앙과 희망 평화, 서로 연대를 나누는 뜻깊은 행사다. 청년들이 너무 많은 어려움과 맞닥뜨려있다. 배경도 다르고 언어도 다른 청년들이 서울에 모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기회를 통해서 대한민국의 매력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다시 한번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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